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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반값 가격에 스타 강사까지... "BTS 티켓팅보다 수강신청이 더 어렵다"

입력
2019.06.19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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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센터 인기 비결은] 

 여름학기 수강신청이 시작되면 

 5분 되지 않아 대부분 강좌 마감 

 "가족 동원해 개별신청" 팁까지 돌아 

 

 요리 재료비 포함 석달 30만원 

 SNS스타·연예인도 강사로 

 최근에 투자비법 등 강좌 인기 

홈플러스 문화센터에서 개설한 직장인 드로잉 강좌. 홈플러스 제공
홈플러스 문화센터에서 개설한 직장인 드로잉 강좌. 홈플러스 제공

지난 4월 25일 오전 10시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 1~3위를 대형마트 문화센터가 모두 휩쓰는 진기한 일이 벌어졌다. 이날이 여름학기 수강신청일이었기 때문이다.

수강신청 사이트가 열린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대부분의 강좌가 마감됐다. 인기 강좌는 마감까지 채 3분이 걸리지 않았다. 문화센터 수강신청자 사이에선 몇 분 만에 마감될 만큼 인기 있는 강좌라는 의미에서 ‘3분 컷’ ‘5분 컷’이란 말이 통용된다. 이날 대형마트 문화센터 직원들은 “사이트 접속이 됐는데 수강신청 중 오류가 나 신청에 실패했다”는 항의 전화와 “수강신청을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냐”는 문의 전화에 종일 시달려야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문화센터 수강이 방탄소년단 공연 티켓팅보다 힘들다”는 하소연이 쏟아졌고, “모바일이나 집 컴퓨터를 이용하지 말고 PC방에서 신청하라” “가족과 친지들을 동원해 전체 가족 명의로 개별 신청하라” 등의 문화센터 수강신청 팁까지 나돌았다.

 ◇문화센터 인기 비결은 ‘가성비’ 

최근 20, 30대를 중심으로 문화센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직장과 가깝고 ‘가성비’도 높기 때문이다.

요리 강좌의 경우 요리 전문가 개인 스튜디오에서 소수로 진행하는 수업은 하루 수강료만 15만~20만원인 반면, 문화센터는 재료비까지 포함해 석 달에 30만원 내외다. 직장인 이명문(33)씨는 “쉬는 날 맛집을 찾아 다닐 정도로 먹거리에 관심이 많아 요리를 배워보려 했는데 문화센터를 다니는 지인들이 가성비도 좋고 강좌도 다양하다고 해서 6월부터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면서 “문화센터 강좌에 만족도가 높아 요리 강좌 이후 다른 강좌도 배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대표적 강좌인 요가ㆍ필라테스 등 ‘헬스 프로그램’의 경우 가격이 3개월 과정(주 2회)에 20만원 내외여서 시중 학원의 반값 수준이다. 다른 분야의 수업도 대부분 한 달 수강료가 10만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부담 없이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최현아 롯데백화점 본점 문화센터 실장은 “유명인사 강연의 경우에도 대형 서점은 참가비가 3만원 정도 하는데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는 1만원을 넘지 않는다”며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다양한 강의를 저렴하게 들을 수 있다 보니 젊은 실속파들의 수강신청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스타들이 문센 강사로 

실력과 유명세를 두루 갖춘 강사를 만나는 재미도 문화센터 인기 비결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타에게 직접 배우는 강좌가 대표적이다. SNS에 소문난 맛집 대표에게 요리 수업을 받거나 인기 SNS 채널을 운영하는 의사에게 피부 관리법을 전수받는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유튜브에서 ‘스트레칭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강하나씨를 초빙해 젊은 층으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인기 있는 웹툰 작가에게 ‘캐릭터 그리기’ ‘컬러링’ 수업을 받을 수도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광고 카피라이터이자 인기 카툰 작가인 최현정씨를 초빙해 강좌를 열고 있다. 직장인 최수영(36)씨는 “시중 학원에서 스타 강사의 수업을 들으려면 한 번에 몇 만원은 할 텐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문화센터에서는 같은 수업을 싸게 들을 수 있어서 가성비가 최고”라고 말했다.

연예인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유명 인사들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유명인을 직접 만날 수 있고 그들의 노하우로 자기 계발까지 할 수 있어 젊은 직장인의 반응이 뜨겁다. 현대백화점은 플로리스트로 변신한 가수 브라이언을 초청한 플라워 강좌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의 드럼 강좌.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의 드럼 강좌. 롯데백화점 제공

 ◇자기계발ㆍ부동산투자 강좌도 인기 

수년 전 만해도 문화센터는 요가와 필라테스 등 피트니스 강좌가 젊은층을 겨냥한 강좌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기계발 테마나 투자 관련 강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홈플러스 문화센터의 경우 저녁시간대 자기계발 강좌 수강생이 전년 대비 47% 이상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20~30대 수강생들의 요구에 따라 신한은행 부동산 투자자문센터장을 지낸 고준석씨가 강의하는 ‘경매 부자들의 투자 비법’이나 ‘청울림의 돈을 부르는 인생 습관’ 등 투자 관련 수업을 개설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저녁 강좌 중에서도 젊은 직장인 문센족에게는 이색강좌가 단연 인기다. 개인의 취향과 적성에 맞는 강좌를 찾는 고객이 늘면서 미니멀라이프 수납, 재테크, 비즈니스 스피치 등 직장인 관심분야를 주제로 한 이색 강좌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의 ‘산티아고 순례의 모든 것’과 롯데백화점의 ‘손 끝 찌릿, 퇴근 후 디제잉’은 문화센터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이색 강좌로 젊은 층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제주도 올레길 등 걷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방송된 후 산티아고 순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늘었다”며 “이색 강좌이면서도 인기가 많다”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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