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삶과 문화] 심미안(審美眼)

입력
2019.06.18 04:40
31면
0 0
2007년 1월, 스티브 잡스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 월드 컨퍼런스 앤 엑스포 (MacWorld Conference & Expo)에서 새로운 아이폰을 시연하고 있다. AP통신
2007년 1월, 스티브 잡스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 월드 컨퍼런스 앤 엑스포 (MacWorld Conference & Expo)에서 새로운 아이폰을 시연하고 있다. AP통신

‘어떻게 하면 아이들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니?’

친구들을 만날 때면 많이 받는 질문이다. 아마도 내가 창작에 관련된 일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요즘 교육의 화두 중 하나가 창의력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창의력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일까. 우리 사회가 창의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내가 교육을 받던 시절만 하더라도 기존의 지식을 얼마나 빨리 습득하느냐가 화두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선진국을 최대한 빨리 따라잡아야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고로 창의성보다는 빠른 습득과 적용이 중요했다. 하지만 어느덧 우리는 선진국을 상당 부분 따라잡았고 많은 분야에서 앞서 가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그런데 창의력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스티브 잡스’.

지금도 기억한다. 12년 전 프레젠테이션 도중 낡은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1세대 아이폰을 꺼내던 잡스의 모습을. 그 후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폴더폰은 사라지고 전 세계는 스마트폰으로 뒤덮인 것이다. 그것은 폴더폰으로 간신히 세계를 장악하고 있던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숨이 턱에 찰 정도로 애플을 따라잡기 위해 뒤를 쫓아야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신에게 질문했다. 왜 우리는 저런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언제까지 남의 뒤를 쫓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그때부터가 아니었을까. 우리 사회에 창의력이라는 단어가 교육의 화두로 떠오른 것이. 문제는 창의력이라는 것이 기존 지식을 습득하는 것만큼 빠르게 향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과서를 만들어 암기를 시킬 수도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창의적인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창의력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라. 심지어 ‘셰익스피어’마저도. 하지만 창의력과 연관된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심미안’을 길러 주는 것이다. 심미안이란 말 그대로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의미한다. 인간에게는 여러 욕망이 존재한다. 식욕, 성욕 등등. 대부분 동물적인 본능이다. 하지만 그중 유일하게 인간만 갖고 있는 욕망이 있으니 바로 미적인 욕망이다. 한번 아름다운 것을 맛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또 다른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된다. 그런데 심미안과 창의력이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애플의 히트작 아이폰의 최고 공로자 중에 ‘조너선 아이브’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애플의 부사장이자 디자인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가장 신뢰하는 직원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의 바이블이 된 아이폰 1세대 디자인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 재밌는 사실은 아이폰의 초기 설계가 지금 아이폰과는 많이 달랐다는 것이다. 사각 형태는 흡사했지만 여러 개의 버튼이 붙어 있었다. 다양한 기능을 넣다보니 버튼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에 비해 조너선 아이브의 디자인에는 버튼이 단 세 개 불과했다. 그는 단순미를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했으니까. 그의 디자인이 맘에 든 잡스는 모든 기능을 세 개의 버튼 안에 넣으라고 지시했다. 엔지니어들은 조너선 아이브의 디자인을 충족시키기 위해 모든 기술과 아이디어를 동원했고 지금의 아이폰이 탄생한 것이다. 만약 스티브 잡스에게 심미안이 없었다면 우리는 버튼이 덕지덕지 달린 스마트폰을 들고 다닐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름다움은 새로운 도전을 부른다. 아름다운 건축물과 다리를 건설하기 위해 새로운 공법이 탄생하며 완성을 위해 100년의 세월을 인내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것들은 새로운 영감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영감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동력원이 된다. 나는 그것이 창의력이라고 생각한다.

장용민 작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