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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정파적 저널리즘의 폐해

입력
2019.06.12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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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부와 반정부로 갈린 언론의 논조

사안을 양극단으로 보는 시각 위험천만

언론은 정파가 아닌 국민 편에 서야

지난주 말 TV에서 스티븐 스필버거 감독의 영화 ‘더 포스트’를 보면서 언론의 위기와 기회에 대해 새삼 돌아보게 됐다. 톰 행크스와 메릴 스트립이 출연한 ‘더 포스트’는 1971년 베트남 전쟁의 진실이 담긴 정부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 보도를 둘러싼 정부와의 갈등 국면에서 워싱턴 포스트가 위험을 무릅쓰고 진실을 보도하는 내용으로 언론의 존재 이유를 잘 보여 주는 영화였다. 물론 실제 벌어졌던 사건이다.

이 영화에 비하면 지금 우리 언론의 행태는 실망스럽다. 언론이 두 부류로 갈라져 진보ㆍ보수 운운하며 정권과 친소 관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딱히 이념적이라기보다는 ‘친정부와 반정부’로 구분하는 것이 쉽다. 이러한 경향은 노무현 정부가 보수 언론과 기 싸움을 벌이면서 심화했고, 이제는 중앙 언론의 논조가 완전히 갈리는 ‘정파적 저널리즘’이 공고히 구축됐다.

그런데 언론은 원칙적으로 누구를 위해,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하는 것일까. 언론사주 대주주 정부 광고주 노조? 대충 우리나라 언론의 지향이 이런 범위를 넘어서지 않을 것이다. 정부 정책을 닥치고 비판하는 것도 보기 싫지만, 무비판적으로 옹호하는 것도 역겹기는 마찬가지다. 광고주 눈치를 보느라 기업 입장을 과다 옹호하는 경우는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노동조합의 정치적 불법행위에 눈을 감는 것도 다반사다. 대통령이 언급한 사안이나 정부 정책을 언론에 따라 180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평가하는 것이 정상적이지는 않다. 같은 수치의 통계에서조차 완전히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것도 기가 막힐 일이다.

더욱이 언론이 색깔론을 확산시키면서 싸움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언론이 정부나 정권을 비호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특정 진영을 편들기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될 일이다. 행여 언론 스스로 정권을 창출하고 특정 정파를 돕겠다는 오만이 있다면 시대착오적이다. 정치판에서는 논리나 명분이 궁색할 때면 어설픈 색깔론이 등장하곤 한다. 상대방에 주홍글씨를 덧씌우려는 성향이다. 스스로 주홍글씨를 새겨 지지자들을 규합하기도 한다. ‘빨갱이’는 이제 양측에서 가리지 않고 써먹는 용어다. 이때 등장하는 코드와 블랙리스트는 상대를 제압하는 기제로 활용된다. 특히 색깔론자들의 막말은 좌우를 막론하고 저급함을 넘어 섬뜩할 때가 많다. 이러한 행태는 우리 정치 문화의 척박함을 드러낸다. 특히 정치가 언급하는 역사를 정파적으로 대하는 보도 태도도 문제가 많다. 강제징용 소송이나 김원봉 서훈 문제 등에 대한 언론의 양극단적인 시각 말이다. 김호기는 저서 ‘시대정신과 지식인’에서 “과잉 정치화한 역사 해석은 현재를 과거에 지나치게 묶어 두게 한다. 한 걸음 물러서서 볼 때, 역사의 해석에서 반드시 합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역사를 보는 눈은 복수(複數)일 수 있다”고 했다.

조선시대에는 노론과 소론의 붕당 정치가 심각해지자 영조가 ‘탕평 교서’를 내놨다. “붕당(朋黨)의 폐단이 요즈음보다 심한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유학 내에서 시비가 일어나더니 지금은 다른 편의 사람을 모조리 역당으로 몰고 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도 못나고 어리석은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어찌 한편 사람이라고 모두 같은 무리일 이치가 있겠는가. 인재 임용에 당에 들어있는 사람만으로 이루어지고, 조정의 대신들이 서로 공격하여 공론이 막히고 서로를 반역자라 지목하니 선악을 분별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 정치판과 닮은 구석이 적지 않다. 여기에 언론마저 정파적으로 변하면 정치 파행을 바로잡을 길이 없다. 언론이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원칙을 어기고 특정 정파의 편을 들면 붕당정치와 배척정치를 강화하게 되고 최종 희생물은 민생이 된다. 그렇다면 언론은 누구 편이 되어야 하는 걸까. ‘더 포스트’에서 언론의 정부 기밀문서 공개에 대해 대법원은 언론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렇게 판결한다. "언론은 지도층의 편이 아닌 국민의 편에 서야 한다." 우리 언론은 누구의 편에 서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 볼 일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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