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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만나다] 최경주 “PGA 진출 준비? 국·영·수를 놓치지 마”

입력
2019.05.30 04:40
수정
2019.09.08 18:0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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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코리안 탱크’ 최경주와 골프 유망주 안해천

※ 어린 운동 선수들은 꿈을 먹고 자랍니다. 박찬호, 박세리, 김연아를 보고 자란 선수들이 있어 한국 스포츠는 크게 성장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여전히 스타의 발자취를 따라 걷습니다. <한국일보> 는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롤모델인 스타를 직접 만나 궁금한 것을 묻고 함께 희망을 키워가는 시리즈를 격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코리안 탱크' 최경주(왼쪽)가 13일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에서 골프 유망주 안해천에게 골프채 잡는 법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코리안 탱크' 최경주(왼쪽)가 13일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에서 골프 유망주 안해천에게 골프채 잡는 법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한국 골프 유망주 안해천(13ㆍ남원중1)은 지난 13일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클럽 하늘코스에서 꿈 같은 하루를 보냈다. 골프채를 처음 잡은 5년 전부터 동경했던 ‘탱크’ 최경주(49)와 SK텔레콤 재능나눔 행복라운드를 통해 동반 라운드를 펼친 것만으로도 기쁜데, 드라이버샷 방향이 일정치 않았던 자신의 고민이 단번에 해결되면서다. 주니어 선수들을 만나면 자신의 골프 기술을 아낌없이 가르쳐주는 최경주는 이날 3명의 유망주와 라운드하며 쉴 새 없이 조언을 쏟아냈고, 안해천을 비롯한 주니어 선수들은 행여나 그의 가르침을 놓칠까 귀를 쫑긋 세운 채 실습에 전념했다.

◇“벙커샷 따라하다 바다에 쓰레기 넣는다는 타박에…”

‘최경주의 골프 레슨’ 2라운드는 행사를 마친 뒤 본보와 인터뷰 자리에서도 이어졌다. 최경주가 안해천에게 “오늘 (라운드 때) 가르친 ‘샷의 5대원 칙’을 말해보라“고 하자, 안해천은 즉각 그립(grip)과 앵글(angle), 스피드(speed), 파워(power), 밸런스(balance)를 차분히 읊었다. 박수를 치며 기뻐하던 최경주는 안해천이 각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가르침까지 빠짐없이 되새기자 “머리도 좋고 자세도 좋다”며 그 자리서 5만원짜리 지폐를 꺼내 안해천에게 건넸다. 최경주는 “금전적 가치를 떠나 내가 가르친 걸 잘 기억해준 데 대한 고마움이자, 우리의 추억”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안해천은 동네 아저씨같이 친근한 최경주의 모습에 ‘탱크바라기’로 지내 온 일화를 먼저 꺼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 선수론 PGA 무대에 처음 진출해 8승을 거둔 최경주는 내 우상”이라며 “어려운 환경에서 골프를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지난해 갑상선 종양 제거수술 등 건강이 좋지 않았음에도 극복하며 최고 무대에서 끝까지 도전하는 모습을 닮고 싶다”고 했다. 실제 안해천은 2년 전 부모님과 함께 ‘최경주표 특급훈련’을 따라 하기 위해 전남 완도군(최경주 고향)의 모래사장을 찾기도 했다. “최경주 선수가 과거 바다를 향해 골프공을 날리며 벙커샷을 가다듬었다는 얘기를 접하고 따라 했는데, 얼마 후 동네 주민이 찾아와 ‘왜 자꾸 바다에 쓰레기를 집어넣느냐’고 타박해 훈련을 접었다”는 일화에 최경주는 박장대소했다.

'코리안 탱크' 최경주(왼쪽)와 골프 유망주 안해천이 13일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에서 손잡고 있다. 인천=김형준 기자
'코리안 탱크' 최경주(왼쪽)와 골프 유망주 안해천이 13일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에서 손잡고 있다. 인천=김형준 기자

◇20여년 전 미국 가서 문화충격 “꿈은 크게”

안해천이 세계적인 골프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을 묻자 최경주의 답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현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앞으로 성실하게 꾸준히 훈련하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한 그는 “학교 수업시간에 국어와 영어, 수학 성적을 놓쳐선 안 된다”는 의외의 답도 내놨다. “나이 들수록 영어 실력이 마음처럼 늘지 않는다”라며 웃던 최경주는 “국어는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자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고 풍부하게 전달하기 위해 필요하고, 영어는 어쩔 수 없이 부딪혀야 할 해외무대를 위한 필수언어”라고 했다. 수학 실력은 ‘계산의 스포츠’인 골프 선수에게 큰 무기라고 했다. 지난해 전국소년체전 개인전 우승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초등학생 골프대회에서 우승했던 안해천은 “아직 수학 등 여러 과목에서 80점 이상을 받는다”며 공부도 게을리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최경주는 이어 “무조건 꿈을 크게 가지라”고 조언하면서 자신이 1997년 미국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 참가했을 때 겪은 ‘문화충격’을 생생히 전했다. “당시 나는 물론이거니와 함께 대회에 나선 한국 동료도 미국 땅을 처음 밟았는데, 해 질 무렵에야 대회장에 도착해 텅 빈 연습장에 갔더니 필드 잔디 상태가 말도 못 할 정도로 좋은 거야. 한국에서도 시골 출신이던 우리는 디봇(divotㆍ잔디 파임 현상)이 생기면 잔디 값을 물어내라고 할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잔디 끝만 살짝살짝 스치도록 공을 쳤지. 그런데 이튿날 아침에 가보니 외국 선수들이 잔디를 팍팍 파가면서 공을 치더라고. 우린 전날 마음껏 못 친 게 억울해서 다른 선수들보다 두 배 열심히 땅을 파면서 연습했지. 그때 땅을 파며 ‘골프는 이런 데서 쳐야 되는구나’ 생각하고 PGA 진출 목표를 세웠어.” 지금이야 국내 골프환경도 크게 좋아졌다지만, 그래도 꿈을 가져야 세상을 넓게 보고 큰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게 최경주의 얘기다. 정신력도 체력이 바탕이 돼야 클 수 있다며 “많이 먹어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곁들였다.

'코리안 탱크' 최경주(왼쪽) 13일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에서 골프 유망주 안해천에게 스윙 자세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코리안 탱크' 최경주(왼쪽) 13일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에서 골프 유망주 안해천에게 스윙 자세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고개를 끄덕이던 안해천은 “나중에 꼭 성공해 자신의 이름 앞에 ‘제2의 최경주’란 수식어를 달고 싶다”며 꼭 꿈을 이뤄 오늘의 가르침과 추억을 후배들에게 베풀겠다고 약속했다. 치아를 드러내며 웃던 최경주는 “어렵게 생각 말고 많이 벌어서 사회에 많이 기부하겠단 정신을 잊지 말고 성장하라”며 흐뭇해했다. 최경주는 “골프장 하나 없던 완도에서 내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당시 동네 어른들이 대회에 나갈 수 있도록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여비와 대회 참가비를 마련해 준 덕이 크다”며 “금액을 떠나 내겐 큰 응원이자 동기부여였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고, 재단까지 설립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인천=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권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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