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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나라 말라리아의 퇴치

입력
2019.05.30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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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매년 4월 25일을 세계 말라리아의 날로 지정하고 말라리아의 퇴치를 위해 관심과 노력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를 포함 많은 열대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2억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WHO를 중심으로 여러 국가들의 적극적인 대처에도 불구하고 2015년부터 환자 발생수의 감소 추세가 정체되어 2017년에도 약 43만5,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말라리아 치료제에 내성을 보이는 열원충이 동남아시아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내성 열원충이 아프리카 등 자원이 부족하고 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지역으로 확산되어 세계적으로 유행할 것이다. 그러므로 퇴치를 하느냐 못하느냐의 기로에 있는 현 시점에 전 세계적인 관심과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말라리아는 과거부터 발생해왔으나 1970년 후반 퇴치에 성공해 이후 10여 년간 자체 발생이 없었다. 그러다 1993년 국내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후 재유행이 시작되어 2000년대 초반 연간 4,000명 이상이 발생하기도 하였으나 군, 정부, 의료계의 노력으로 현재는 퇴치 전 단계 수준까지 관리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최근 매년 500여명의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더 이상 감소하지 않고 정체상태에 있다. 게다가 점차 말라리아 치료제에 대한 효능도 감소하는 것으로 보여 빠른 시일 내에 말라리아를 퇴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서는 크게 3가지 전략들이 동시에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말라리아의 진단, 예방, 치료가 신속하고 원활하게 제공되어야 하며, 둘째 말라리아 발생 감시를 통해 획득한 정보를 기반으로 전파 차단을 위한 활동을 하고, 셋째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동안 말라리아 발생과 전파 차단을 위해 군에서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유행 기간 동안 예방약을 보급하여 환자수를 크게 감소시켰고, 신속한 진단을 위한 진단키트의 보급, 검사 인력의 교육, 매개모기 감시체계 가동 등을 통해서 많은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점차 환자가 줄어들고, 비교적 치료가 쉽고 사망자가 없는 질병이다 보니 더 이상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조기 진단, 적절한 치료, 효과적인 방역 활동과 예방을 위한 정책 등이 다시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입증하는 증거가 증상 발현 후 진단까지의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고, 적절한 치료 후에도 소수에서 재발하는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원충에 감염된 모기의 관리는 여전히 아쉬운 실정이다. 우리와 가까운 중국도 최근 2년간 자국 발생 말라리아가 없어 WHO의 퇴치 인증을 1년 남겨놓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와 같이 우리보다 열악한 기후, 환경 조건을 가진 나라에서도 2년 이내로 퇴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그 동안의 노력에 더해 보다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조속한 시일 내에 퇴치를 달성해야 한다. 먼저 정부, 군, 의료인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며,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예방법을 교육해야 한다.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정부의 컨트롤타워를 재정립하고 전문가들과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 시행하여야 한다. 환자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방역 활동, 적절한 조기 치료, 치료 후에도 환자들을 일정기간 관리하여 치료 효과와 재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말라리아가 휴전선 인근 북한과의 접경지역에서 집중 발생하고 있어 남북한 교류를 통한 협력은 필수적이다. 남과 북이 모두 말라리아 발생을 관리한다면 한반도에서 말라리아를 퇴치하는 날은 예상보다 빠를 것이다. 세계 말라리아의 날을 기념하며 다시 한 번 우리의 퇴치 전략을 점검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남북 교류를 통해 남북 동시에 말라리아 퇴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염준섭 연세대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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