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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 키우니 도그워커 잠재 수요 많죠”

입력
2019.05.29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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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지난 21일 서울 번동 북서울꿈의숲에서 강북구청이 주관하는 도그워커 양성과정 야외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용재(오른쪽) 워키도기 대표와 서지형 제이클리커아카데미 대표가 도그워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지난 21일 서울 번동 북서울꿈의숲에서 강북구청이 주관하는 도그워커 양성과정 야외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김용재(오른쪽) 워키도기 대표와 서지형 제이클리커아카데미 대표가 도그워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1964년 미국 뉴욕타임스가 짐 벅이라는 사람을 소개했어요. 두 명의 보조와 함께 하루 130마리 정도의 개를 산책시키며 돈을 번다고요. 그 때야 신기하니까 신문에도 낫겠지만, 지금 미국이나 유럽에선 너무나 흔한 직업이 됐죠. 우리나라에서도 ‘도그워커’가 그리 되지 않을까요.”

지난 21일 서울 번동 북서울꿈의숲에서 열린 ‘도그워커 양성교육’ 강사로 나선 김용재 워키도기 대표는 열변을 토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워키도기는 반려견 산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도그워커를 연결시켜주는 회사다. 자체 개발한 앱 ‘우푸’에서 도그워커를 선택해 의뢰하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 산책 도우미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거 하려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이 앱을 통해 활동하는 도그워커만도 100여명을 넘어선다.

반려동물을 24시간 동안 맡아 돌보는 ‘팻시터’는 동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나마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 산책을 대행해주는 도그워커는 생소하다. 김 대표가 우푸를 통해 시장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 또한 2017년이다. 사업으로선 걸음마 단계지만 김 대표는 도그워커가 앞으로 더 확산되리라 믿는다.

 ◇신뢰만 쌓으면 충성고객 확보한다 

김 대표가 처음 도그워커를 접한 것은 대학생이던 2012년, 미국 여행을 가서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앉아 있는데 개 여러 마리를 끌고 가는 사람이 눈길을 끌었다. “그 많은 개를 다 키우느냐”고 물어보니 “고객들 개”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후 복학한 김 대표는 처음으로 강아지를 키웠다. 예전부터 간절히 원했던 반려견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통학 네 시간에, 친구들 만나고 어쩌고 하는 시간을 다 빼면 강아지와 보낼 시간이 적었다. 강아지는 홀로 내버려두면 문제 행동을 일으키게 마련. 김 대표는 결국 강아지를 키우기 위해 자기의 개인적 삶을 포기했다.

그 때 센트럴파크 풍경이 떠올랐다. 나부터 일단 먼저 해보자 싶었다. 인터넷에 광고를 올렸는데 한 외국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2명의 고객을 상대로 월 40시간 정도 일했는데 수입이 80만원을 넘겼다. 짬을 내 잠시만 개를 맡아주는 것이라 시간적으로 큰 부담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이거 사업으로도 할 만 하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창업의 실마리였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우푸의 주요 고객층은 30~50대 전문직 여성들이다. 특히 1인 가구, 혹은 자녀가 없는 맞벌이 부부가 많다. 막 아이를 출산해 반려견을 돌볼 여유가 없는 이들도 종종 서비스를 찾는다. 대부분 반려견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학생 시절의 김 대표처럼 일방적으로 자기 생활을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족들이 번갈아 가며 맡아줄 수 없는 이들이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신뢰다. 키우는 사람에게 반려동물은 가족이나 매한가지다. 소홀하다거나 홀대하는 느낌은 곧바로 거래 단절로 이어진다. 산책 도중에 반려견의 모습을 찍어 수시로 보내주거나 일지에다 세세한 부분까지 기록을 해둔다. 이렇게 신뢰만 쌓아 올리면 한번 찾은 손님은 ‘장기 충성 고객’이 된다. 김 대표는 “처음엔 걱정하던 분들도 나중엔 도그워커를 ‘선생님’이라고까지 부르면서 신뢰를 표시한다”며 “멀리 출장이나 여행갈 때 가끔 맡기는 펫시터와 달리 도그워커는 이런 신뢰관계가 구축되면 매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까지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 우푸 이용자의 절반은 세 차례 이상 서비스를 이용한 장기고객이다.

 ◇매력적인 일자리 도그워커… 책임감이 중요 

미국, 유럽에선 도그워커가 꽤 괜찮은 일자리로 꼽힌다. 미국의 직장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도그워커는 연소득이 평균 3만77달러, 우리 돈으로 3,558만원 정도가 된다. 원하는 날짜와 시간 등을 골라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2015년 “월 15일 정도 일하는 도그워커의 연소득이 주 5일 전일근무를 하는 이들보다 높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도그워커는 은퇴자나 전업주부, 혹은 개를 사랑하고 ‘투잡’을 원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일자리다. 우푸의 도그워커 양성 과정에 참여하는 이들 역시 절반 이상이 경력단절여성들이다. 김 대표는 “지금 현재 우푸의 도그워커들 월 평균 근무시간은 36시간, 월 평균 수입은 40만~50만원 수준”이라 전했다. 파트타임 일치곤 이만한 걸 찾기 어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당연히 개를 좋아해야겠지만, 좋아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 김 대표 역시 “처음엔 다들 개를 사랑하시는 분들이니 무슨 교육이 필요할까 싶었는데, 동물병원 간호사 출신인 분이 아이스크림을 먹여 개가 설사하는 일이 있었다”며 “그 뒤 다소 느리더라도 정확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은 매달 10명~20명 정도 교육생을 뽑아 자체 양성 과정과 테스트를 통과해야 우푸 도그워커 자격을 준다.

우푸의 도그워커 양성과정 강사를 하고 있는 서지형 제이클리커아카데미(JCA) 대표는 “그저 내가 개를 좋아하고, 좀 키워봤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개끼리 서로 공격하는 걸 막기 위해 다른 개와 직접 마주보지 않도록 해야 하는 등 의외로 주의할 점, 꾸준히 연습해야 할 점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개 못지 않게 사람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서 대표는 “결국 반려견 보호자와 공감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막연히 개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뛰어들기보다는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 생애 지원 서비스를 향해 

김 대표는 도그워커 같은 직업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족단위가 작아지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인구도 꾸준히 늘고 있고, 반려동물에게도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믿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내놓은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23.7%로 추정된다. 4가구 중 1가구에 이르는 비율이다. KB 경영연구소의 지난해 조사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 중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가구 비중은 19%로 드러났다. 같은 조사에서 1인 가구에서 반려동물이 홀로 집에 남겨진 시간이 1일 평균 6시간 50분에 이르렀다.

서 대표는 “많은 반려견들이 에너지를 소모하지 못하고 집에 혼자 남을 경우, 물건을 부수고 바닥을 헤집어놓고 하울링(거칠게 짖어대기)을 하는 등 문제 행동을 보인다”며 “그러다 결국 유기, 파양, 안락사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경우 단순히 산책을 시켜주는 것만으로도 문제 행동이 말끔히 고쳐지는 경우가 많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도그워커만 해도 우푸 이외 도그메이트, 펫플래닛, 펫팸 등 여러 업체가 이제야 생겨나는 중이다. 정호원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 이사는 “도그워커라는 직업이 생소한데다, 마땅한 비용 형성이 된 것도 아니고, 특히 아직 반려견을 산책 시켜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아 실수요는 적지만 1인 가구도 늘고, 반려동물 인구도 늘고 있는 만큼 잠재 수요는 많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그 잠재력,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싶다. 그의 목표는 먹이고 입히고는 걸 넘어, 산책 서비스를 넘어, 분양ㆍ장례 등 반려견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서비스를 전부 다 지원하는 사업체를 꾸리는 것이다. 곧 그 때가 오리라 믿는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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