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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밀 유출’이 ‘공익 제보’라며 국제 망신만 증폭시키는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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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밀 유출’이 ‘공익 제보’라며 국제 망신만 증폭시키는 한국당

입력
2019.05.25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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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의 '공무원 휴대폰 사찰 관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의 '공무원 휴대폰 사찰 관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외교 기밀인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을 부적절하게 입수해 공개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공방으로 변질되고 있다. 강 의원은 고교 후배인 주미 한국대사관 외교관에게서 3급 기밀 자료를 취득해 큰 의혹이 있는 양 폭로했다. 한국당은 이 과정이 ‘공익제보에 따른 정당한 의정활동’이라고 주장하지만 강 의원 처사는 보수진영조차 ‘국익을 해치는 범죄행위’라고 비판할 만큼 상식과 정도를 벗어났다. 당국의 수사에 앞서 한국당과 강 의원이 먼저 경위를 밝히고 털어 낼 건 깨끗이 털어 내는 게 공당과 공인의 자세다.

한국당은 기밀 유출보다 청와대 감찰에 초점을 맞춰 “굴욕 외교와 국민 기만의 민낯이 들키자 공무원과 야당에 책임을 씌운다”는 입장이다.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강 의원의 취지를 왜곡해 청와대가 국익 잣대를 침소봉대한다는 것이다. 강 의원도 ‘국민 알 권리’를 앞세워 “청와대가 감찰로 공직사회를 겁박하고 야당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 기밀 누설을 공익 제보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지인의 제보가 앞인지 강 의원의 요청이 먼저인지도 불확실하다.

국내 정치와 외교를 구분 못하는 한국당 태도의 문제점은 보수 외교통인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잘 지적했다. 그는 어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강 의원의 한미 정상 통화 공개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반문맹국으로 만드는 행위로서 공익의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며 “한국당이 강 의원의 폭로를 두둔한다면 집권을 꿈꾸는 공당의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같은 당의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이례적으로 “당파적 이익 때문에 국익을 해치는 일을 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동맹외교를 중시하는 보수 정당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뜻이다.

이번 사안은 외교부의 기강해이와 정치권의 한탕주의가 맞물린 심각한 문제다. 청와대의 엄중 대응 기류는 이해된다. 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책임에서 자유롭지만은 않다. 진상규명과 문책은 필요하지만 시끄럽게 오래 끌면 외교적 망신만 더한다. 한국당은 한미동맹의 신뢰를 깨지 않으려면 스스로 잘잘못을 따져 물러설 곳과 버릴 것을 빨리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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