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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처럼 장애인 노후 준비 프로그램 마련을

입력
2019.05.21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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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정신장애인을 형제로 둔 2030 청년들의 자조모임 ‘나는’ 홈페이지 캡처
정신장애인을 형제로 둔 2030 청년들의 자조모임 ‘나는’ 홈페이지 캡처

비장애 형제ㆍ자매에게 장애를 가진 가족을 돌봐야 할 책임이나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닌데도 장애 형제ㆍ자매와 함께 살겠다고 결심한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들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은 세워놓지 못한 경우가 많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를 해야할지 부모조차 딱 부러진 답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부모를 비롯한 가족 구성원이 미리 함께 장애인의 주거지, 생활자금, 후견인 선정 등과 같은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장애인의 노후를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최복천 한국장애학회장은 “이 같은 프로그램을 우리나라 가족 문화에 맞게 개발하고 적용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본인의 사회생활도 있고 자기 가족도 부양해야 하는 비장애 형제ㆍ자매는 함께 살더라도 하루 종일 돌보기가 불가능한 만큼, 활동보조인이나 주간보호서비스 등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만이라도 형제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호소다. 9살 많은 형이 지적장애 1급인 사회복지사 이상훈(29)씨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내가 직업을 유지하면서도 형을 등ㆍ하원 시켜줄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이 생기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자체 내 시설이나 서비스가 부족해 장애인이 한 복지관에 1년부터 길게는 5년 정도 다니면 더 이상 이용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장애인이 갈 수 있는 시설을 이용하려 마치 ‘메뚜기’처럼 거주지를 옮겨 다니는 가족들도 있다.

함께 고민을 나누면서 의지할 수 있는 비장애 형제ㆍ자매의 모임도 큰 도움이 된다. 장애인의 부모나 이들을 형제ㆍ자매로 둔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캠프, 모임 등은 전국 복지관에서 진행되고 있으나, 정작 성인들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를 얻기 어렵다. 현재 국내의 성인기 비장애 형제ㆍ자매 모임은 개인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전부다. 이상훈씨 역시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필요성을 느껴 2017년 수도권 비장애 형제ㆍ자매 모임 ‘희희낙락’을 만들었고, 월 2회의 모임을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 이씨는 “몇 십 년이 된 친구나 결혼을 한 배우자, 가족에게도 차마 못했던 얘기들을 이 자리에서만큼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정신(지적ㆍ자폐성ㆍ정신)장애인을 형제로 둔 2030 청년들의 자조모임 ‘나는’은 서울과 부산에서 월 1~2회 모임을 진행하면서 대화와 글쓰기 등을 통해 누군가의 형제이기 전에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법을 함께 나눈다. 지난해에는 대담과 장애인 형제ㆍ자매로의 경험을 쓴 원고를 엮어 ‘나는, 어떤 비장애 형제들의 이야기’라는 책도 펴냈다. 앞으로는 정신적인 연대뿐 아니라 장애인 형제의 보호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나 제도에 대한 제언, 혹은 불합리한 장애인 지원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낼 계획도 가지고 있다. ‘희희낙락’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청춘들의 수다 희희낙락’을 검색하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나는’은 홈페이지(http://www.nanun.org)를 통해 참여가 가능하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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