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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토분쟁] <40> 카리브해 동쪽 ‘새들의 섬’ 아베스 섬

입력
2019.05.17 17:00
수정
2019.05.17 18:2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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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와 도미니카연방은 카리브해 동쪽에 놓인 아베스섬을 두고 40년 가까이 분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베네수엘라와 도미니카연방은 카리브해 동쪽에 놓인 아베스섬을 두고 40년 가까이 분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아베스 섬은 카리브해 동쪽에 놓인 길이 375m, 너비 50m짜리의 자그마한 암초 섬이다. 사람은 살지 않지만 새들이 많이 서식해 영어로는 ‘새들의 섬(Birds Island)’이라고도 불린다. 베네수엘라 본토로부터 560㎞, 카리브해 섬나라 도미니카연방과는 110㎞가량 떨어져 있는데, 현재 두 나라는 이 섬을 둘러싸고 영유권 분쟁 중이다. 베네수엘라는 150여년 이어져 온 실효지배의 역사를, 도미니카연방은 지리적 가까움을 각각 근거로 들고 있다.

아베스 섬을 둘러싼 영유권 다툼의 역사는 16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584년 스페인 사람 아바로 산체가 처음 발견한 이후, 영국ㆍ스페인ㆍ포르투갈ㆍ네덜란드 등 여러 서구 열강들이 영유권을 주장해왔다. 이 섬의 천연자원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바닷새들의 배설물이 퇴적된 광물질로, 비료로 사용되는 ‘구아노’가 대표적이다. 인근 해역에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뿐만 아니라, 참치 어장도 형성되어 있다.

베네수엘라가 아베스 섬을 처음 탐낸 계기도 구아노를 얻기 위해서였다. 1854년 미국 선박이 이 섬에서 구아노를 채취하자, 베네수엘라와 당시까지도 영유권 주장을 포기하지 않던 네덜란드가 동시에 항의했다. 베네수엘라와 네덜란드의 갈등은 1865년 중재자로 나선 스페인 여왕 이사벨라 2세가 베네수엘라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이때부터 아베스 섬은 베네수엘라의 실효지배 아래 놓이기 시작했다. 1895년 호아킨 크레스포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자국의 영토로 편입한 이후, 1950년에는 해군 함대를 파견해 섬을 장악했다. 1978년에는 실효지배를 공고히 할 목적으로 아베스 섬에 군사기지와 군사훈련을 목적으로 한 건물을 세웠다. 이에 도미니카연방을 비롯한 동카리브국가기구(OECS)가 반발했으나 베네수엘라 정부는 개의치 않고 2001년과 2004년 연달아 군사기지를 확대했다.

2006년 6월 영국 BBC는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루스벨트 스케릿 도미니카연방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정부와 아베스섬 주변 해상경계를 설정하는 공동 협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BBC뉴스 홈페이지 캡처
2006년 6월 영국 BBC는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루스벨트 스케릿 도미니카연방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정부와 아베스섬 주변 해상경계를 설정하는 공동 협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BBC뉴스 홈페이지 캡처

1967년 영국 자치령이었다가 1978년 독립국이 된 도미니카연방은 아베스 섬과의 거리가 베네수엘라보다 더 가깝고, 이 섬과 해저 산맥이 연결된다는 지리적 특성을 근거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2006년 6월 루스벨트 스케릿 도미니카연방 총리가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해상 경계를 설정하는 비공식 협약을 맺고 “아베스 섬은 베네수엘라에 속한다”고 발언하며 두 나라의 분쟁은 끝이 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도미니카연방이 여전히 아베스 섬 인근 해역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양국 간 분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인근 해역마저 베네수엘라 차지가 된다면 베네수엘라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카리콤(CARICOMㆍ카리브공동체) 국가인 영국령 몬트세랫과 그레나다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변 해양국의 후원 아래 도미니카연방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홍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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