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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주긴 싫고 갖자니 부담… '면세점 특허권 3개' 치열한 눈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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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주긴 싫고 갖자니 부담… '면세점 특허권 3개' 치열한 눈치전

입력
2019.05.16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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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 시내 면세점 3곳을 추가로 허용함에 따라 면세점 업체간 치열한 눈치 작전이 시작됐다. 면세점 사업권 확보 기회를 포기한 채 경쟁사에게 넘겨주긴 아깝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게 업체들의 속내다. 업체별로 처한 상황이 크게 달라 셈법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15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권에 가장 관심을 보이는 곳은 현대백화점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에 매장을 열고 사업을 시작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올해 1분기 23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적자까지 더하면 개점 이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650억원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사업 확장과 안정적 운영을 위해선 외국인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강북 진출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외국인 쇼핑 수요가 많은 동대문이나 현대백화점이 있는 신촌, 신규 매장을 짓고 있는 여의도 중 한 곳을 입지로 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백화점면세점 측은 “관세청의 신청 공고를 보고 검토하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개점을 준비 중이던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면세점 내부 모습. 현대백화점 제공
지난해 11월 개점을 준비 중이던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면세점 내부 모습.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 외에 한두 업체가 특허권을 신청해 3곳 사업자 선정이 별다른 경쟁 없이 이뤄질 거란 예상도 나온다. 신청 후보업체로 거론되는 곳이 두산 면세점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두산 면세점(두타면세점)은 지난 3년간 600억원대의 적자를 보긴 했지만, 매장이 한 곳 밖에 없고 실적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오너가(家) 4세인 박서원 두산 전무가 면세사업을 진두지휘 하고 있어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두산 측은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사안이라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과거 면세점들은 정부가 특허권을 내놓을 때마다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다를 거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에만 13곳의 면세점이 영업하고 있어 ‘포화상태’라는 지적이 나온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중국 단체관광객이 줄어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공)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더구나 신규 특허권을 확보해 매장을 새로 열려면 수백억~수천억원이 든다. 업계 관계자는 “매장 인테리어와 임차료, 초도 물량 확보뿐 아니라 초기 마케팅까지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한다”며 “신규 매장으로 추가 판매 기회를 확보하는 이득보다 지출 비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롯데면세점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점. 롯데면세점 제공
롯데면세점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점. 롯데면세점 제공
신라면세점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점. 신라면세점 제공
신라면세점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점. 신라면세점 제공

그럼에도 면세점 업계 ‘빅3’인 롯데, 신라, 신세계가 신규 특허 확보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추가 특허 확보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물량을 저렴하게 확보하고 명품 브랜드를 많이 유치하려면 덩치를 키우는 게 유리하다. ‘빅3’로서는 ‘점유율 방어’도 필요하다. 경쟁사가 특허권을 가져가면 점유율을 나눠가질 수밖에 없어 그만큼 매출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출혈이 클 거라고 예상하면서도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뛰어드는 업체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아예 신청자가 없는 ‘미달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신규 사업자 선정은 ‘안갯속’ 판세다.

최근 한화그룹의 면세사업 중단 결정도 특허권 신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를 보며 무리한 시도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체득한 만큼 모두 전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며 “정부가 업계에 사업성에 대해 고민하라는 신호를 던진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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