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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토분쟁] <39> ‘인도양 군사요충지’ 차고스제도 분쟁

입력
2019.05.10 18:00
수정
2019.05.10 18:3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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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 위에 놓인 모리셔스와 차고스제도. 구글 지도 캡처
인도양 위에 놓인 모리셔스와 차고스제도. 구글 지도 캡처

디에고가르시아섬은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 남서부에 있는 차고스제도의 섬 중 가장 큰 섬(면적 390㎢)이다. 이 섬은 1814년부터 1965년까지 영국의 아프리카 식민지였던 모리셔스의 일부였다가 1965년 영국령 인도양 지역(BIOT)으로 편입됐다. 이듬해 영국은 디에고가르시아섬을 미국에 50년간 임대하는 협정을 맺고 군사 기지 건설을 허가했다. 그 결과, 이 섬엔 미국의 해군지원시설이 들어섰다. 이 기지는 800여개로 추산되는 해외 미군기지 중 가장 큰 규모다. 인도양 한복판에 있어 해·공군 기지로 전략적 가치가 크다.

모리셔스와 영국은 현재 이 디에고가르시아가 위치한 차고스제도를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모리셔스는 “차고스제도는 18세기 이후 모리셔스의 영토였지만 모리셔스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3년 전인 1965년 영국이 불법으로 차고스제도를 차지했다”고 주장해왔다. 독립 이전 식민지 분할을 금지한 유엔 결의안 1524호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당시 영국은 차고스제도의 군사적 필요성이 없어지면 모리셔스에 다시 돌려주겠다고 했으나 구체적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양국의 분쟁은 수 차례 국제 기구의 의제로 올랐다. 2015년 국제분쟁 해결기구인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영국이 불법적으로 행동했다는 판결을 내렸으나 강제력이 없었다. 이에 모리셔스는 2017년 유엔 총회에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권고의견을 내달라고 요청하는 결의안을 제출했고 결의안은 94개국의 찬성으로 채택됐다.

차고스제도. 맨 아래 디에고가르시아섬이 위치한다. 미 중앙정보국(CIA) 홈페이지 캡처
차고스제도. 맨 아래 디에고가르시아섬이 위치한다. 미 중앙정보국(CIA) 홈페이지 캡처

ICJ는 지난 2월 25일 영국에 “디에고가르시아를 모리셔스에 즉각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아메드 유세프 ICJ 소장은 “1965년 모리셔스에서 차고스제도가 분리된 것은 모리셔스 국민의 자유롭고 진정한 표현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해당 판결은 유엔 산하 최고법원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영국에 압박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ICJ 판결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견’이기 때문이다. 2016년 영국이 미국에 디에고가르시아섬을 임대한 계약 기간은 종료됐지만 영국 정부는 기간을 2036년까지 20년을 연장했다. 여전히 차고스제도가 안보상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도 영국 편을 들고 나섰다. 지난 6일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디에고가르시아 섬 주권은 영국 정부에 있다”면서 ICJ 판결에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디에고가르시아 기지가 인도양과 세계의 평화와 안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5년 1월 차고스제도 원주민들이 영국 정부에 차고스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할 것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모리셔스=로이터 연합뉴스
2005년 1월 차고스제도 원주민들이 영국 정부에 차고스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할 것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모리셔스=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이 미군 기지가 세계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있다. 디에고가르시아 군사 기지 건립으로 차고스제도에 살던 아프리카계 원주민 2,000명이 1967~73년 모리셔스와 인근 세이셸 제도로 강제 이주됐기 때문이다.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난 주민들은 2000년 영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강제이주가 불법이라며 보상 판결을 내렸다. 영국 정부는 2016년 디에고가르시아섬 임대 계약 연장의 대가로 차고스제도 주민들에게 10년 간 400만파운드(약 61억원)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주민들의 고향 복귀 요청은 여전히 무시하고 있다.

홍윤지 인턴기자

미국 디에고가르시아 군사기지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디에고가르시아 군사기지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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