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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로 막힌 베네수엘라 난민, ‘죽음의 뱃길’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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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로 막힌 베네수엘라 난민, ‘죽음의 뱃길’ 선택

입력
2019.04.29 18:30
수정
2019.04.2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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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6일 카라카스에서 한 시민이 나무처럼 매달린 베네수엘라 지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카라카스=로이터 연합뉴스
베네수엘라, 6일 카라카스에서 한 시민이 나무처럼 매달린 베네수엘라 지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카라카스=로이터 연합뉴스

사상 최악의 정전에 이어 식수난까지 겹치면서 베네수엘라 난민들이 육로 대신 죽음의 뱃길마저 감수하는 필사의 탈출길에 오르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콜롬비아와 브라질로 이어지는 내륙 탈출로를 봉쇄하자, 훨씬 위험한 바닷길을 통해 인근 섬나라 ‘트리니다드 토바고’로 난민이 쇄도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를 떠난 선박 한 척이 베네수엘라 북부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트리니다드 토바고)로 향하다 전복됐다. 최소 35명 정도가 타고 있었으나 4명만 구조되고 나머지는 실종됐다.

이 같은 위험을 무릅쓰고 트리니다드 토바고로 탈출한 난민은 최근 4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섬나라의 인구가 137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인구의 약 3%가 베네수엘라 난민으로 추가된 셈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난민 지위 신청 관련 법 체계가 다른 남미 국가에 비해 미미하다. 망명 신청도 따로 받고 있지 않고 있어 불법 이민 이외에 베네수엘라 국민이 트리니다드 토바고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난민으로서의 생활 역시 콜롬비아나 브라질 등에 비해 결코 낫지 않다. 트리니다드 토바고 정부는 여전히 마두로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베네수엘라 난민에 대한 호의적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야간에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선박을 타고 무사히 트리니다드 토바고에 상륙했다 치더라도, 현지 경찰에 체포되거나 인신매매를 당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도 선박을 집어 타고 탈출하는 것은 내륙 국경을 통한 탈출이 어려워진 탓이 크다. 마두로 정권이 브라질과 콜롬비아 관문을 폐쇄한 데다 국경 지역 난민 문제를 떠안기 싫은 주변국 역시 문을 걸어 잠그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이주기구(IOM) 등은 베네수엘라 난민 규모가 34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내륙 국경 통제가 강화되며 신규 난민 발생 숫자는 추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지 구호단체 관계자는 “내륙 국경이 폐쇄되면서 난민들이 더욱 위험한 길(해로)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마두로 정권에 맞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온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예정된 집회를 급히 취소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라라주의 바르키시메토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었던 과이도 의장은 이날 녹음 파일을 통해 “우리가 바르키시메토에 도착하는 것을 독재정권은 허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과이도 의장은 노동절인 내달 1일 사상 최대 규모의 가두 시위를 통해 마두로 정권을 몰아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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