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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도 외면하는 후쿠시마 수산물, 왜 자꾸 수입 요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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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도 외면하는 후쿠시마 수산물, 왜 자꾸 수입 요구하나

입력
2019.04.2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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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주 도카이대 교수 “정권 지속ㆍ재건 완료선언 힘들어져”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23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국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등 양국간 현안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도쿄 외무성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23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국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등 양국간 현안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도쿄 외무성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2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에서 일본이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8개 현의 수산물 수입 재개를 다시 요구했다. 수입 재개를 위한 세계무역기구(WTO) 소송에서도 패한 일본이 자국민들도 외면하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정치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일본의 억지 행보라고 분석했다.

김경주 일본 도카이대 교양학부 교수는 24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을 통해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부터 설명했다. 그는 “일반 슈퍼에 가더라도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이 덜 가는 편이라 정부가 이야기하는 만큼 일본 국민들도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인들도 구매를 꺼리는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일본 정부는 왜 자꾸 수입하라고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일까. 김 교수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의 안전에 의구심을 갖게 되면 우선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아베 정권이 해왔던 (정상화) 노력이 모두 뒤집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후쿠시마 농수산물의 안전은 아베 정권으로서는 결사적으로 지켜야 하는 하나의 기준”이라고도 했다.

또한 방사능에 오염된 나라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면 일본 내에서 “부흥 올림픽”이라고 부르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의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 김 교수는 “올림픽을 계기로 후쿠시마현을 비롯한 동북지방 재건을 완결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후 아베 정권 집권을 계속 갖고 가겠다는 정치적 전략이 있는데, WTO 판결은 경제정책 면에서 큰 타격이었다”고 해석했다.

일본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 입장에서는 7월 참의원 선거에도 상당히 큰 타격이다. 김 교수는 “자민당은 도시보다는 지방의 지지기반이 상당히 확고하다. 따라서 (WTO) 최종심에서 승리하면 이걸 발판 삼아 농수산물 수출 확대전략을 펴겠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역전패소를 당해 정책적으로 상당히 큰 차질을 빚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지지기반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일본 내각과 자민당은 “한국도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을 재개했다”면서 전세계에 안전성을 알리는 것이 아베 정권의 영향력 지속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재건 완료 선언 등에 결정적인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의 미래가 걸린 중대 사안이므로 내각과 자민당은 WTO 패소 후에도 “일본산 식품의 과학적 안정성이 인정을 받았다”는 억지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1심에서 ‘한국의 식품안전기준을 일본이 충분히 달성하고 있다’ 판결했지만 2심에서는 이 부분을 파기했다”면서 “사실 (WTO는) 일본 식품이 안전하다는 부분에 대해 어떤 평가도 내리지 않았는데, 일본이 이것을 역이용해서 안전성은 인정받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다만 한국 정부의 대응전략도 일부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그는 “과학적보다는 정치적인 대응이 조금 앞서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일본이 앞으로도 집요하게 한국의 부당성을 주장할 것이기 때문에 과학적인 대응은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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