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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참극 유족들 “몸 불편해도 밝았던 아이, 사회복지사 꿈 못 이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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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참극 유족들 “몸 불편해도 밝았던 아이, 사회복지사 꿈 못 이루고…”

입력
2019.04.18 18:17
수정
2019.04.19 00:4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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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 많던 1급시각장애 여고생, 피의자 윗집 살다가 참변 

17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일병원 장례식장에 가좌주공아파트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조문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진주=전혜원 기자
17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일병원 장례식장에 가좌주공아파트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조문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진주=전혜원 기자

18일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ㆍ흉기 난동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무거운 적막감이 감돌았다.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진주한일병원 장례식장에는 희생자 5명의 영정사진이 나란히 자리했다. 영정 앞에 선 조문객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헌화한 뒤 숙연하게 분향소를 빠져나갔다.

이번 사건으로 초등학교 6학년 딸 금모(12)양과 금양의 할머니 김모(65)씨 등 두 명의 가족을 동시에 잃은 유족들은 대답 없는 영정만 물끄러미 바라보며 연신 눈물을 삼켰다. 당시 딸과 아내를 먼저 내려 보낸 뒤 이웃집 문을 일일이 두드리며 불이 난 사실을 알린 아버지 금모(44)씨는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고 있었다. 금양의 유족은 “이 억울함을 어찌 푸냐”며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목 놓아 울었다.

희생된 최모(19)양의 사촌언니(31)는 “사촌동생은 몸이 불편했지만 평소 밝은 아이였다”며 “자기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돕고 싶어서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며 울먹였다. 최양의 오빠(23)도 “동생은 초등학교 6학년 때 2013년 장애인학생체육대회에 출전해 육상종목에서 상을 받을 만큼 활동적이었다”면서 “잘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떠나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1급 시각장애와 뇌병변 장애를 앓았던 최양은 숙모 강모(55)씨와 함께 피의자 안인득(42)의 바로 윗집에서 살다 변을 당했다. 최양의 숙모 역시 안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었지만 정신을 차리자마자 최양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째 분향소를 지킨 유족들은 “관계 기관이 피의자를 방치해 발생한 인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나(58)를 잃은 이창영(52)씨는 “아파트 주민들이 오랜 시간 피의자의 위협적인 행동을 경찰과 파출소에 수 차례 신고했는데 관계 기관의 조치가 없었다”며 “관할 동사무소, 임대주택 관리소에도 수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그때마다 묵살당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씨는 “두 번 다시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희생자들의 발인은 19일과 20일 양 일간 진행된다. 희생자 황모(74)ㆍ이모(58ㆍ여)씨, 최모양은 19일 오전 8시 30분 함께 발인한다. 조모 지간인 김씨와 금양은 20일 오전 7시 별도로 발인한다.

진주=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이규리 코리아타임스 기자 gyulee@korea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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