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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안과 밖]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연예인에게?

입력
2019.03.24 15:00
수정
2019.03.24 17:3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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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교수와 양국 광고에 대한 연구를 한 적이 있다. 필자가 보여준 우리나라 제약광고를 보던 그는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이 누구냐고 물었다. 느낌 상 의사도, 약사도 아닌 것 같다는 말을 붙이며 말이다. 그러고 보니, 간 건강을 돕는다는 그 약품광고에서 ‘약효’를 설명하는 인물은 다수의 히트곡이 있는 ‘가수’였다.

가수라는 필자의 대답에 그는 화들짝 놀라는 눈치였다. 가수가 약품을, 그것도 그래프 등을 동원하며 전문적 정보를 전달하는 저 상황을 소비자들이 신뢰도 하고, 구매로도 이어지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광고모델 선정 시 핵심사항인 제품과의 연관성(relevance)에 대한 질문이라고 판단됐다. 말문이 턱하고 막혔지만, 우리의 약간 특수한(?) 문화 등을 늘어놓으며 나름의 설명을 마쳤다. 사실 광고모델에 있어 제품이나 상황과는 관계없이 ‘기-승-전-연예인’을 활용하는 방식은 우리에겐 꽤나 일반적 현상이다. 그런데 그게 제약 등 건강과 직결되는 제품에도 예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필자도 상당히 놀랐다.

간장약, 변비약, 빈혈약, 당뇨나 갱년기 치료제의 광고에도 해당분야 전문가보다는 대중적 인지가 높은 연예인들이 ‘약효’를 이야기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상당히 오래 전 회자되던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라는 표어가 떠올랐고, 진료는 의사에게 받고 있지만 약은 가수를 포함한 연예인들에게서 상당수 추천 받고 있다는 현실도 깨닫게 됐다.

연예인이 등장하는 약 광고가 대중에게 회자될 경우, 정작 고도로 훈련된 약사들은 상당히 허탈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피로는 간 때문이야~” 라는 외침이 인기를 끌면, 소비자들은 약국을 들어서며 “약사님. 제가 요즘 부쩍 피곤함을 느끼는데 추천 좀…” 이 아니라, 그냥 곧장 “OOO 하나 주세요!” 라고 말하는 패턴이 일반화하는 식이다.

의사가 처방한 전문약품을 정확하게 조제해 우리에게 건네주는 것도 약사의 역할이지만, 소비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는 다수의 일반 의약품을 축적한 지식과 노하우에 의해 우리에게 추천하는 것도 약사들의 전문분야임에 틀림 없다. 연예인 모델이 전하는 정보에 무조건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의약품 가운데 과연 어떤 제품이 나의 상황과 맞는지, 혹시 우리가 미처 간과하는 사항은 없는지 등을 꼼꼼히 가르쳐줄 수 있는 전문가들에게 좀 더 의지해도 될 것 같다는 의미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몸이 좀 안 좋은데 상담 좀 드려도 될까요?” 라고 질문하면, 약사 선생님은 한 번의 예외 없이 복수의 제품을 언급하며 친절하게 추천을 해주셨다. 장단점은 물론 연구결과, 심지어 가성비까지 슬쩍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계셨던 것이다.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은 해당 제품의 장점만 강조하기 위해 고용된 사람들이다. 약은 약사가 전문가다.

유현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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