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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남북군축 합의되면 징모(徵募) 혼합제 하자

입력
2019.02.13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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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만 병역 복무를 하는 제도, 즉 모병제로 전환해야 할까. 모병제의 장점은 청년기의 경력 중단이 없다는 점이다. 세상의 변화는 갈수록 빨라지는데 군 공백은 손흥민뿐 아니라 모든 청년의 인적 자본 형성에 큰 타격이다. 또 모병군은 복무 기간이 길고 직업의식이 있어 전문성이 높다. 미래 첨단과학전에선 특히 중요한 장점이다. 모병제는 일자리도 창출한다. 징병군 1인을 모병으로 대체하면 1인분의 국민소득이 늘어난다. 나아가 모병제는 대체복무 논란을 해소하고, 남녀평등에도 기여한다. 모병제를 하면 저소득층 청년만 군대 간다는 문제 제기도 있으나, 모병제는 군대를 직장의 하나로 선택권을 주는 제도이므로 입대를 선택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유용한 제도다.

그러나 모병제로 적정 병력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까. 모병군 확보는 연봉 수준과 군대문화 개선에 달려 있다. 군 문화는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 모병된 사병의 연봉을 최대 2,000만원으로 해도 이 수준으로 중소기업의 평균 초봉 2,600만원과 경쟁할 수 있을까. 중소기업도 구인난을 겪는 마당에 말이다. 특히 2020년대 중반 이후엔 청년 수가 줄어 실업문제가 완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경우 모병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징병제 폐기는 현 시점에서 적절치 않다.

그렇다고 무한정 모병제를 미룰 순 없다. 징병제의 보이지 않는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연도별 출생자가 최근 20년 동안 절반으로 줄었는데 군대를 그대로 유지하면 일은 누가 하나. 앞으론 병력 규모를 줄이고 전문성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국방부도 현재 62만 병력을 2022년까지 사병 30만을 포함해 총 50만으로 줄일 계획이다. 문제는 향후 병력 자원이 더 감소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복무 기간을 연장하는 건 인구 감소 추세에 맞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현실성이 없다. 부사관 확대도 어느 정도 필요하나 연금 등 재정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

결국 일할 사람과 나라 지킬 사람의 조화의 문제다. 해답은 징모(徵募) 혼합제다. 나라 지킴이로 징병제를 유지하되 일할 사람 유지를 위해 복무기간을 18개월에서 더 줄이면서 이로 인한 전문성 약화는 모병제를 부분 도입해 해결하는 것이다. 이주호 등(2015, 한국개발연구원)은 일반 병사는 징병해 12개월을 복무케 하고 전문 병사는 모병해 4년을 복무케 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전문 병사에 대한 연봉 부담보다 일반 병사 복무 기간 단축의 경제적 효과가 더 크다는 결론이었다. 대만도 징모(徵募) 혼합제로 4개월 의무 복무를 유지하다가 올해 징병제를 폐지하고 전면 모병제로 전환했다.

국방부도 모병제적 요소를 이미 채택하고 있다. 병장을 연장 복무시키는 유급 지원병 제도가 그것이다. 올해 유급 지원병 대우를 개선했으니 향후 지원 추이를 볼 일이다. 그러나 전역만 손꼽아 기다리는 장병 중 연장 근무를 선택하는 사람이 충분할지 걱정이다. 입대부터 적정 보수를 받으며 장기 복무할 사병을 모병해야 한다. 모병을 확보하려면 미국, 독일처럼 입대와 동시에 전직 지원을 시작하는 등 군 복무 혜택을 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분 모병제 도입 시점은 남북군축에 맞추면 된다. 부분 모병제 역시 감군을 전제로 한다. 남북 관계가 개선될 거라고 섣불리 병력 규모를 줄여 버리면 남북 관계가 나빠질 때 다시 늘리기 어려워 낭패다. 남북 관계 개선이 확고해질 때 부분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 남북군축이 그때다. 남북 정상은 작년 4월 판문점 선언에서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 군축을 실현”하기로 했다. 당분간은 징병제를 유지하다 남북군축이 합의되면 부분 모병제를 도입해 징병제와 병행하면서 징병군의 복무 기간을 줄여 나가자. 그 전제로 군대문화 개선에 박차를 가하자.

박진 국회미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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