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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3만달러 시대의 새로운 도전

입력
2019.02.09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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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시대가 거의 십 년의 기다림 끝에 열렸다. 그러나 OECD 최고 수준의 경제적 불평등과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나라라는 현실, 그리고 전례없이 빠른 고령화와 추락하는 출산율 때문에 결코 샴페인을 터트릴 엄두가 나지 않는 실정이다.

다행인 부분은 최근 조선업이 다시 살아나고 있고, 반도체와 배터리 등 일부 산업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해외에 무언가를 수출하지 않으면 부를 축적할 수 없는 자원빈국 대한민국은 이제 새로운 캐시카우를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내부적으로, 비록 정당한 방향이지만 급격했던 최저임금 인상은 한계상황에서 마지막 탈출구로 창업을 선택한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 간의 긴장을 유발하고 있다. 정부는 밀어내기식으로 각종 보조금을 뿌려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해소하려 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무리수를 노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전 국민에게 일정한 수준의 기본소득을 제공하여 빈곤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이나 극빈자 구제라는 소극적 수단만을 가질 것이 아니라 아예 현금을 개개인에게 지급해서 소비를 진작시키고,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갖춰 주자는 의견이다. 인공지능과 4차산업혁명에 희생되는 기존의 일자리를 고려할 때 뭔가 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대안이다.

그런데 고민이 많다. 우리가 연구개발(R&D)을 포기하고 그 돈으로 기본소득을 줄 수는 없다. 우리가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대한민국이 살 만한 나라인 이유로 손꼽는 의료보험 혜택을 축소하기도 어렵다. 아직 공룡처럼 크진 않지만, 급격히 비대해지고 있는 정부와 공공부문을 하루아침에 축소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결국 효율이다. 연구개발의 효율을 높이고, 복지재정의 효율성도 초당적인 논의를 통해 재정비해야 한다. 동시에 세계적인 기본소득 추세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해 나갈 것인지 차분히 논의해 나가야 한다.

지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 국정상황 연설을 듣고 있다. 감세와 각종 지원으로 미국 기업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고, 우주 개발이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자수가 역대 최대이고, 국경으로 몰려드는 불법이민자를 막았다는 다소 공화당적인 해석이 여야 의원들 앞에서 공유되고 있다. 그러나 비록 이견이 있더라도 야유는 자제하는 야당 의원들과 “유에스에이”를 외치며 애국심을 확인하는 의원들의 모습에서 미국의 힘을 본다. 대조적으로, 우리의 의회는 분열기구인가, 아니면 화해와 단합을 위한 기구인가.

기본소득이라는 의제는 당파적, 분열적이기보다는 철저히 현실적, 합리적인 방향으로 논의되었으면 한다.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면, 누구에게 얼마나 더 걷을 것인지 바로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만약 많은 경제학 연구자들이 말하듯이 소득이 일정 수준까지 증가할수록 개인의 행복지수 역시 증가한다는 관점을 존중한다면, 기본소득은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우울과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 논의에서는 기존 재정지출 구조의 혁신 역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처럼 이제 우리 기업들이 다시 생산기지를 한국으로 귀환시킬 수 있는 파격적 도전도 계속되어야 한다. 수도권과의 엄청난 격차에 신음하는 지역경제를 위해서도 그렇다. 여전히 일부 해외 기관으로부터 ‘가장 혁신적인 나라’로 꼽히고 있는 우리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 지금 시작하자. 새로운 도전을. 청년들이 더 이상 한국탈출을 꿈꾸지 않아도 되도록.

김장현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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