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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덕 센터장, 20년간 한국 응급의료계 홀로 개척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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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덕 센터장, 20년간 한국 응급의료계 홀로 개척했는데…”

입력
2019.02.07 18:02
수정
2019.02.07 21:1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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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소에 추모행렬… “퇴근도 안 하고 간이침대서 쪽잠” 

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국립중앙의료원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빈소에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국립중앙의료원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빈소에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응급 의료 현장과 환자들에 대한 애착이 그 누구보다 컸습니다. 가장 늦게까지 혼자만 남아 일을 하곤 했어요. 이번에도 아마 그랬겠지요.”

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빈소에 모인 선후배 동료들은 고인에 대한 기억을 묻자 이렇게 한데 입을 모았다.

‘윤한덕 센터장’이라면 그를 아는 지인들은 모두 ‘집무실 책상 옆 간이침대’를 언급했다. 중앙의료원에서 윤 센터장과 2년간 함께 일했던 권용진 서울대 공공보건의료 사업단장은 “고인은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감이 정말 강했던 사람이었다”며 “임상의사의 길을 마다하고 응급의료계에 과감히 뛰어든 이후, 그는 누구보다 굳건한 소신을 지닌 채 일해왔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과 동갑내기 친구이자 동료의사였던 고임석 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도 “보안 요원들조차 ‘저 사람은 언제나 당연히 저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 여겼다”며 “일주일 중 5~6일을 퇴근도 하지 않고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밤새 일하다 새벽 즈음 집무실 내 마련된 작은 침대에서 겨우 잠드는 사람이었다.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윤 센터장은 모교에 응급의학과가 생긴 1994년 첫번째 전공의로 자원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됐다. 현직에서 일하며 응급의료 현장의 열악한 현실을 몸소 체험한 그는 2002년 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창립 멤버로 참여해 이곳에서 17년간 일했다. 지난 2012년 7월 센터장이 된 후로는 닥터헬기와 권역외상센터 도입을 추진하며 한국 응급의료계의 판도를 바꾸기도 했다. 고 실장은 “윤한덕 센터장은 사실상 지난 20년간 한국 응급의료계를 홀로 개척해 온 인물”이라며 “임상의사로서의 일과 행정가로서의 일을 함께 해내온 그를 잃은 것은 국가적 손해”라고 덧붙였다.

그런 윤 센터장이 생전에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공백’이었다. 의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응급환자가 들이닥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가 그의 선택에서 제일 중요한 질문이었다. 의식을 잃고, 또 사색이 되어 응급실로 뛰어들어올 환자와 그 가족들의 얼굴은 번번히 그의 퇴근길을 가로 막았다. 응급의료 문제를 널리 알려온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도 자신의 책 ‘골든 아워’에서 윤 센터장을 가르켜 “진정성이 느껴진다”며 고마움과 미안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4일 윤 센터장이 숨진 채 발견된 정황도 이를 뒷받침한다. 집무실 의자에 잠든 듯 기대앉은 채 발견된 윤 센터장 책상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중앙응급의료센터 발전 방향에 관한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이번 설엔 꼭 고향에 내려간다”고 했던 윤 센터장은 저녁을 함께 먹은 직원들을 퇴근 시킨 뒤 홀로 남은 업무를 처리하다 급성 심정지로 생을 마감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1차 검안 소견과 같이 고도의 관상동맥 경화로 인한 급성 심장사가 1차 소견이며 약물 검사 등 최종 부검 결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회신을 기다려야 한다”는 부검결과를 공개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고임석 기획조정실장이 국립중앙의료원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사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고임석 기획조정실장이 국립중앙의료원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사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위치한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사무실 모습.뉴스1
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위치한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사무실 모습.뉴스1

이 날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보내온 화환이 놓였으며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등이 다녀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인의 숭고함을 잊지 않겠다”며 윤 센터장의 순직을 애도했다. 영결식은 오는 10일 오전 9시부터 국립중앙의료원장으로 치러진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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