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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행복 바이러스

입력
2019.02.07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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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한 해 시작을 하면서 행복 계획을 세우자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계획만 세워서야 되겠습니까? 실제로 행복해야 하지요. 그리고 나만 행복해야겠습니까? 같이 행복해야지요. 나만 행복하려는 사람은 행복할 수 없고, 행복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다시 한 번 실제로 행복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예기치 않게 웃음치료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웃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라도 웃으면 엔도르핀인지 뭔지 생겨나서 면역력도 생겨나고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진다고,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서 웃는 거라고 하며 억지로라도 웃으라고 하는데 저는 웃어지지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웃으니 웃으려 하고, 스스로 온 것이 아닐지라도 강의실에 와 있으니 강사에 대한 예의로라도 웃으려고 하는데 거부감이 적지 않았고 그래서 별 효과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라도 행복하려는 그 행복의지만은 저도 공감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사실 저도 그런 억지 주장을 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저의 행복론이 ‘나는 무조건 행복하다. 행복하지 않으면 나만 손해니까!’입니다.

그러므로 어떻게 해서든지 행복하려는 것을 억지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행복의지라고 함이 좋을 것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그렇다고 행복의지가 곧 행복의 보장이요 완성은 아니지요. 그러니 행복하기 위해 웃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웃으려는 노력이 행복을 보장하는 것으로 착각을 해서는 안 될 것이고, 참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을 찾아 그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저는 비록 제가 실천은 잘 못하지만 입만 열면 사랑을 역설하는 사람으로서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이 없이 의지적으로 웃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런 웃음이 불행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여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그런 웃음은 닥쳐온 불행을 잠깐 잊게 하거나 통증을 경감할 수는 있어도 고통과 통증을 감수하고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감수(甘受)한다는 것은 달게 받아들인다는 뜻인데 고통을 받고 비난을 받아도 그야말로 씩 웃으며 사랑 없는데도 달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 제 생각에 그것은 썩은 웃음이고, 사랑만이 고통이나 비난을 달게 받아들이며 진정으로 웃을 수 있게 합니다. 제게 군대 친구가 있고 그 친구가 한 얘기입니다. 우리는 최전방에서 군대생활을 했고, 당연히 철책선 근무를 했는데 봄가을에는 비무장지대의 그 아름다운 풍경과 고요와 평화 때문에 근무가 너무도 좋지만 여름과 겨울에는 더위와 추위 때문에 엄청 고통스럽지요. 특히 겨울에 볼때기까지 동상에 걸리며 보초를 서야 하기에 그때는 이 최전방까지 끌려올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에 매우 비참해했고 불행하기까지 했답니다. 그런데 제대 후 한 겨울에 친구가 죽어 땅에 묻고 온 그 밤에 추운 땅속에 있는 친구가 생각나 다시 무덤에 가 친구 곁에 있으니 몸은 추워도 마음은 춥지 않고 오히려 친구의 따듯한 사랑이 가슴에 스며들더라는 것입니다. 이런 것입니다. 사랑만이 고통 속에서도 불행하지 않고, 불행하지 않을 뿐 아니라 행복하게 하고, 그 행복의 웃음을 웃게 하는 겁니다.

지난 주 일 때문에 중국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 유명한 만두집이 있다고 하여 일행과 함께 그 집에 갔습니다. 그런데 저를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게 한 것은 만두가 아니라 그 만두집 종업원 아가씨의 밝은 웃음이었습니다.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의 웃음은 억지웃음이나 훈련된 웃음이 아니라 정말 행복한 자의 웃음이고, 해피 바이러스라는 것을. 설 인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인사하는데 우리의 사랑이 참으로 행복한 자의 해피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한 해가 되시길 빕니다.

김찬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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