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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ㆍ드루킹 텔레그램이 법정구속 결정타… “대선여론 왜곡 위법성 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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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ㆍ드루킹 텔레그램이 법정구속 결정타… “대선여론 왜곡 위법성 중대”

입력
2019.01.30 18:34
수정
2019.01.30 22:5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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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루킹 사무실 ‘킹크랩 시연’ 참석은 김경수가 개발 승인한 셈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단순히 정치인 지지세력을 넘어서 김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정권 창출 유지를 위해, 김씨는 경제민주화 달성을 위해서 상호 도움을 주고받음과 동시에 상호 의존하는 특별한 협력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드루킹’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분명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댓글조작 사실을 몰랐고 지시하거나 공모한 적이 없다”며 줄곧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근거로 김 지사가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개발 및 실행에 깊이 관여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드루킹이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이라면 김 지사는 공범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최대 쟁점이었던 ‘킹크랩’ 시연회 참석 여부 관련,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일명 산채)를 찾아 본격적인 프로그램 개발을 승인했다고 판단했다.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는 드루킹 일당의 진술, 시연 당시 사이트 접속 기록, 김 지사가 사무실에 방문해 브리핑을 받은 사실 등을 근거로 “드루킹 김동원씨가 김 지사에게 킹크랩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시연한 후 개발의 승인 내지는 동의를 받고 착수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런 판단에는 드루킹 김씨와 김 지사가 ‘비밀 메신저’ 텔레그램 등을 통해 주고받은 메시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산채 방문 직후부터 김씨로부터 여러 차례 ‘온라인 정보보고’를 받았고, 그 내용에 킹크랩의 개발 및 운영 상황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주기적으로 댓글 작업이 이뤄진 기사 목록을 전송 받고 “고맙습니다”라고 답한 사실, △김씨와의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을 삭제한 사실도 김 지사가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조작을 인식했다는 판단의 근거가 됐다. 나아가 재판부는 김 지사가 2017년 대선 직전까지 11차례에 걸쳐 기사 URL을 보내 김씨로 하여금 시급히 작업하도록 지시했다며 범행 실행에도 일부 직접 가담했다고 봤다.

드루킹사건 1심 선고결과_송정근 기자
드루킹사건 1심 선고결과_송정근 기자

재판부는 이런 물증들을 근거로 김 지사가 댓글조작으로 선거부정 행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선을 앞두고 온라인 여론을 더불어민주당에게 유리하게 하면 직접적인 이익을 얻는 것은 김 지사와 민주당 정치인들이다” “거액의 비용이 들어갔는데 당시 경공모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을 보면 이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김 지사의 허락이나 동의 없이 자발적으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김 지사를 사실상 댓글조작 사건의 ‘몸통’으로 본 셈이다.

재판부는 센다이 총영사직을 둘러싼 드루킹과 김 지사의 거래를 댓글조작 범죄의 연장선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선 과정에서의 활동을 보답하기 위해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제안하고, 그것이 무산되자 다시 센다이 총영사로 추천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오전에 열린 드루킹 일당 재판에서도 “피고인은 경제민주화 달성에 도움을 받고자 김경수에게 접근해 온라인 여론 조작을 했고, 이를 통해 김경수는 2017년 대선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여론을 주도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얻었다"면서 김 지사와 드루킹의 공범관계를 확인했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수사 기간도 연장하지 않은 채 서둘러 특검을 종료하면서 정권 실세인 김 지사에 대한 단죄는 물 건너 갔다는 해석이 많았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통상적인 양형과 법조계의 예상을 뛰어넘어 김 지사를 법정구속한 것은 댓글조작을 민주주의를 위협할 심각한 선거 범죄로 봤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실제 재판부는 “대선과 지방선거 등 국민이 직접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에서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왜곡된 여론을 형성한 것으로 위법성이 중대하다”고 김 지사를 질타했다.

김 지사와 드루킹 김씨가 공범으로 기소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형법 제314조) 혐의의 경우, 1995년 신설 후 지금까지 이 죄만으로 실형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는 점도 이례적이다. 인정된 범행 지속기간이 1년 6개월로 길었고,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댓글 건수가 8만을 넘어 범행의 규모가 컸다는 사실 등이 이례적 실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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