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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창호 판사, 양승태 비서실 2년간 근무… 김경수 재판에 영향 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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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창호 판사, 양승태 비서실 2년간 근무… 김경수 재판에 영향 줬나

입력
2019.01.30 17:45
수정
2019.01.30 20:5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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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측 ‘보복 판결’ 가능성 제기… 박근혜에 징역8년 엄격한 판결도

성창호 부장판사. 연합뉴스
성창호 부장판사.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지사는 30일 선고 직후 변호인을 통해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정구속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담당 재판장인 성창호(47ㆍ사법연수원 25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과거 경력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 지사의 지지자 측에서도 성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사건으로 최근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 출신이라는 점이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며 강하게 반발,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성 부장판사는 법원 내 손 꼽히는 엘리트 판사로 분류된다. 1993년 서울대 법대 재학 중 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초임을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로 시작하는 등 서울ㆍ수원ㆍ창원지법 등 규모가 큰 법원에서 주로 근무했으며, 전국 법관의 인사를 실무 총괄하는 법원행정처 인사관리심의관도 지냈다.

2016년 정기인사에서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로 이동한 뒤에는 때마침 불거진 국정농단 사건을 집중적으로 판단했다. 박근혜 정부의 '왕실장'으로 불리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과 김경숙 전 이대 학장 등이 모두 성 부장판사의 결정으로 구속됐다. 이어 형사합의부 부장으로 이동한 뒤 박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및 공천개입 사건을 맡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남재준ㆍ이병기ㆍ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청와대에 특활비를 제공한 사건에서도 국고 손실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성 부장판사의 이력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2012년 2월부터 2년 동안 양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기간이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양 전 대법원장의 임기가 5년이나 남았음에도 대법원장 퇴직연금을 올리는 작업을 추진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이력 때문에 그는 이른바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 영장전담판사 시절 형사수석부장을 통해 영장 정보를 빼돌린 의혹으로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기도 했다.

김 지사는 재판장의 이런 이력을 본격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그는 재판 직후 변호인을 통해 밝힌 입장을 통해 “재판장이 양 전 대법원장과 특수관계란 점에 우려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진실이 있는데 설마 그럴까 했는데 우려가 재판 결과 현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사법농단 수사로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시킨 것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자신이 법정구속됐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예상치 못한 김 지사의 법정구속에 법원 안팎에서는 소란과 소동이 이어졌다. 김 지사의 지지자들과 보수단체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재판장이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하자, 흥분한 지지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떻게 우리 지사님에게 이러느냐”, “특검을 특검하라”고 외치며 통곡했다. 법정경위들이 퇴정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도리어 방청석을 가득 채운 60여명의 지지자들이 김 지사를 배웅하겠다며 법정 앞쪽으로 몰려들어 혼란을 빚기도 했다.

김 지사 역시 실형을 예상하지 못한 듯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성 부장판사가 법정구속을 위해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선고 내내 아무 표정 없이 재판장과 허공을 번갈아 바라보던 김 지사도 고개를 떨궜다. 그는 피고인을 일시적으로 유치하는 구치감으로 향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울지 마세요, 저는 끝까지 싸울 겁니다”라고 외쳤다.

법원 밖에서 ‘드루킹 게이트’ 규탄 집회를 열던 보수단체 회원들은 김 지사 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만세를 부르며 환영하기도 했다. 한 보수단체 회원은 재판정에서 “꼴 좋다”고 김 지사의 처지를 비꼬며 김 지사 지지자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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