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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소환, ‘사법부 치욕의 날’로 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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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소환, ‘사법부 치욕의 날’로 새겨야

입력
2019.01.12 04:40
수정
2019.01.12 23:1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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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라인 무시하고 대법원 앞 회견 강행

도의적 책임만 인정하고 모든 혐의 부인

검찰, 철저한 수사로 모든 의혹 밝혀내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했다.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당사자뿐 아니라 사법부로서도 치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법부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구성원 전체가 다시 한번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난해 6월 자택 앞 입장 발표 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양 전 대법원장의 태도는 한마디로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앞서 예고한대로 검찰청사가 아닌 대법원 앞에서 대국민입장을 발표했다. 당초 대법원 내부에서 하려다 법원 공무원노조원들이 막아 서자 정문 바깥으로 장소를 옮긴 게 달라졌을 뿐이다. 전직 ‘사법부 수장’임을 내세워 법원에 영향력을 행세하려는 의도임을 숨기지 않았다. 짧은 회견을 마친 양 전 대법원장은 인근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뒤 포토라인을 무시한 채 곧바로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검찰은 물론 국민을 무시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회견 내용도 사실과 거리가 멀고 정의롭지도 않았다. 겉으로는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했으나 재판 거래와 법관사찰 등 일체의 혐의는 부인했다. “오해가 있으면 충분히 설명하겠다.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소명되기를 바란다”며 마치 이번 사건이 어떤 의도에 의해 진행되는 것처럼 주장했다. 영장이나 기소 과정에서 만나게 될 후배 법관들을 의식하는 듯 “국민 여러분께 우리 법관들을 믿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재판을 거래한 의혹들은 검찰 수사를 통해 선명해졌다. 구속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공소장에 그의 이름은 168차례나 등장하며 공범으로 적시됐다. 무엇보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을 청와대 요구대로 뒤집으려 한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일본 전범기업 쪽 변호사를 대법원장실에서 직접 만난 사실도 드러났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선거법 위반 사건과 전교조 법외노조화 재판 등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관여한 정황이 확보됐다고 한다. 이런데도 재판 거래가 아니라고 발뺌하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그는 이날 검찰 조사에서도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사법부가 참담한 상황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있다. 사법부가 다시 올바로 서기 위해서는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진술해야 한다. 그의 말대로 “대다수 법관이 사명감을 갖고 성실하게 일할 수 있게” 하려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검찰도 철저한 수사로 사법농단의 몸통인 양 전 대법원장의 모든 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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