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삶과 문화]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

입력
2019.01.07 04:40
31면
0 0

오늘 1월 7일은 해가 가장 늦게 뜨는 날이다. 반대로 해가 가장 빨리 지는 날은 보통 12월 7일 전후로 동지보다 4분 정도 일찍 진다. 해가 가장 일찍 지는 날과 가장 늦게 뜨는 날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지구의 자전축 기울기와 공전축의 찌그러짐 때문이다. 동짓날보다도 여명이 늦게 밝아오는 오늘 방탄소년단의 정국과 진이 한 소절씩 번갈아 부르는 ‘Tomorrow’의 한 대목이 마음을 울린다.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우니까/먼 훗날에 넌 지금의 널 절대로 잊지 마/지금 네가 어디 서 있든/잠시 쉬어가는 것일 뿐/포기하지 마/알잖아. 방탄소년단은 ‘꿈’을 노래하는 그룹이다. 꿈은 방탄소년단을 노래하게 만들고, ‘완전한 갈매기,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갈매기’가 되고 싶은 마음을 간직하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힘내라고 격려한다.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유니콘은 한 국가의 기술력 평가 지표로 활용되기도 하는데 그 숫자만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짙은 어둠 속에 머물러 있다. 실리콘밸리 투자전문조사기관 CB인사이트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전세계 유니콘 기업은 250개가 있다. 이 중 미국이 119개로 절반을 차지하고 중국과 인도가 60개와 14개로 2위와 3위다. 온라인 미디어 업체인 바이트댄스가 우버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유니콘 기업으로 부상하는 등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아직 중국의 기술경쟁력은 미국에 한 수 뒤지지만 발전속도는 대단히 빠르다. 미래 산업의 키를 쥐고 있다는 ABCD(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드론)에 있어서는 논문, 특허, 투자, 인력 등의 지표에서 미국을 앞선다. 특히 AI의 기반이 되는 빅데이터는 미국을 훨씬 넘어선다. 인구는 5배에다 데이터종류는 3배이고, 개인정보완화 프리미엄 등을 계산하면 20배나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힘은 창업’이라며 이렇게 몇 년 지나면 중국이 디지털 G1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있다. 아직 어둡지만 곧 동이 틀 것임을 여러 지표들이 말해준다.

국내외에서 스타트업 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능한 한 많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도 회사를 빨리 키우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오늘날의 스타트업은 10년 전에 설립된 기업들보다 두 배 이상 성장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성장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컨설팅회사 ‘Play Bigger’는 상장전 받은 투자금액과 기업의 장기적 가치 창출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장기적 가치 창출은 창업 6년에서 10년 사이에 상장한 회사들과 틈새시장에서 새로운 상품 카테고리를 만들어 낸 카테고리 킹 기업들에서 높게 나온다고 한다. 페이스북, 링크드인, 태블로 등을 꼽는다. 우리나라는 250개 중 3개 유니콘을 배출했다. 그나마 이들을 좀 더 살펴보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여 누적 적자가 1조 7,000억 원에 이르거나, 내실 없는 몸집 불리기로 지속가능성에 대해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최대 시장인 중국의 시장 여건이 나빠지면서 실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해가 뜨기 전 가장 짙고 별 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다. 어떻게든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 하락을 막고, 우리 경제에 저성장 기조가 고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빠르게 줄어드는 양질의 일자리를 잘 지켜내는 숙제를 해내야만 어둠을 밝힐 해가 뜬다. 방탄소년단은 젊은이들에게 무조건 다 잘 될 거라고 위로하지는 않는다.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면서 지금 네가 어디 서 있든 잠시 쉬어가는 것일 뿐,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한다. ‘꽃길만 걷거나 좋은 것만 보자고 하진 못해도 좋은 날이 훨씬 더 많기를 바란다’고 노래한다.

구자갑 롯데오토리스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