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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소신 담긴 정책 모두 관철되진 않아… 정책조율은 소신과 다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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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소신 담긴 정책 모두 관철되진 않아… 정책조율은 소신과 다른 문제”

입력
2019.01.0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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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민 폭로’ 후 침묵 끝 페이스북 글로 입장 표명 

 “청와대, 국회와 협의 과정서 보완ㆍ수정되는 게 정책형성 과정” 

 “신 사무관 앞으로도 극단적 선택 하면 안돼” 조언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잇단 폭로 과정에서 2017년 적자성 국채 추가 발행을 지시한 것으로 지목됐던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한동안의 침묵을 깨고 3일 입장을 밝혔다. 그는 “소신이 담긴 정책이 모두 관철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소신과 정책 조율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신재민 사무관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걱정이 남아서 많이 망설이다가 글을 올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신 사무관, 앞으로 절대 극단적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신 사무관은 공직을 떠났지만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우리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청년이며,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부총리는 또 “다른 부처, 청와대, 나아가 당과 국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보완될 수도, 수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게 정책형성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재부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정책은 종합적인 검토와 조율을 필요로 한다”며 “어느 한 국이나 과에서 다루거나 결정할 일도 있지만, 많은 경우 여러 측면, 그리고 여러 국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제기된 이슈들도 국채뿐 아니라 중장기 국가채무, 거시경제 운영, 다음 해와 그 다음 해 예산편성과 세수 전망, 재정정책 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고국뿐 아니라 거시, 세수, 예산을 담당하는 의견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 국 실무자의 시각에서 보는 의견과 고민이 충분히 이해되지만, 보다 넓은 시각에서 전체를 봐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는 다만 “(신 전 사무관의) 그 충정도 이해가 된다. 공직자는 당연히 소신이 있어야 하고 그 소신의 관철을 위해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저도 34년 공직생활 동안 부당한 외압에 굴한 적은 결단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소신이 담긴 정책이 모두 관철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신과 정책의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조율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부처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특정 실ㆍ국의 의견이 부처의 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고, 심지어는 부처의 의견이 모두 정부 전체의 공식 입장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 경제에 할 일이 산적해 있다. 빨리 논란이 매듭지어지고 민생과 일자리, 그리고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해야 할 일에 매진했으면 한다”고 말을 마무리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아래는 김 전 부총리의 페이스북 글 전문.

지난달 초 공직을 그만둔 뒤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을 만나는 것이나 외부활동을 자제하며 혼자 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퇴임 후 페북 활동도 일체 중단했습니다.

정부 일은 이제 현직에 계신 분께 맡기고 저는 뒤에서 응원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과 관련해 응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퇴직한 사람이 재임 때 정책결정 과정에 대해 일일이 얘기하는 것도 부적절하고, 기재부가 당시 담당자들과 문서 등을 종합해서 검토, 대응하고 있어 제가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해명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망설이다가 페북에 글을 올립니다. 신재민 사무관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걱정이 남아서입니다.

퇴임하고 소시민으로 돌아온 제 입장에서 다른 특별한 소통의 방법도 없고, 또 언론 취재에 일일이 응할 수 없어 이 글을 쓰는 것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신 사무관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신 사무관. 앞으로도 절대 극단의 선택을 해서는 안 됩니다. 신 사무관은 공직을 떠났지만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우리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청년입니다. 또 사랑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극단적이거나 비이성적인 선택을 해서는 안 됩니다.

나도 신 사무관 또래의 아들이 있었습니다. 자식을 먼저 보낸 남은 가족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 아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겁니다. 사랑하는 가족, 아끼는 주위 사람들에게 그런 아픔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다음으로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고민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기재부에서 다루는 대부분 정책은 종합적인 검토와 조율을 필요로 합니다. 어느 한 국(局)이나 과(課)에서 다루거나 결정할 일도 있지만 많은 경우 여러 측면, 그리고 여러 국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많습니다. 최근 제기된 이슈들도 국채뿐 아니라 중장기 국가 채무, 거시경제 운영, 다음 해와 그다음 해 예산 편성과 세수 전망, 재정정책 등을 고려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국고국뿐 아니라 거시, 세수, 예산을 담당하는 부서의 의견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특정 국 실무자의 시각에서 보는 의견과 고민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만, 보다 넓은 시각에서 전체를 봐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해 주기 바랍니다.

그 충정도 이해가 됩니다. 공직자는 당연히 소신이 있어야 하고 그 소신의 관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도 34년 공직생활 동안 부당한 외압에 굴한 적은 결단코 없습니다.

그러나 소신이 담긴 정책이 모두 관철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신과 정책의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조율은 다른 문제입니다. 부처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특정 실·국의 의견이 부처의 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부처의 의견이 모두 정부 전체의 공식 입장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부처, 청와대, 나아가서 당과 국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보완될 수도, 수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정책형성 과정입니다.

우리 경제에 할 일이 산적해 있습니다. 빨리 논란이 매듭지어지고 민생과 일자리, 그리고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해야 할 일에 매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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