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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연금개혁으로 노후소득보장 강화돼야

입력
2019.01.03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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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인 조카가 두 명이 있다. 매주 한번씩 돌아오는 학습지 선생님이 집에 오는 날, 두 명의 조카는 밀린 숙제를 하는 게 너무 부담스러워 매우 싫은 내색을 보인다. 누나들은 부모라는 일종의 ‘지위’가 있기 때문인지 아이들을 혼내고 본다. 평소에 잘 해놨으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냐며. 조카들도 할말은 많다. 나름 학원도 몇 개씩 다녀야하니 집에 오면 9~10시라 침대에 몸이 녹아들 수밖에. 짬나는 시간에는 유튜브를 봐야 학교에서 ‘핵인싸’가 될 수 있다. 이를 도와줄 사람은 역시나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과 숙모, 사촌 등등. 조금씩 같이 도와 금방 밀린 숙제를 끝냈다. 이때 돌아오는 부모의 한 마디. 함께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국민연금 개편과 똑같은 모습이라고 느껴진다. 보건복지부는 다뤄야 할 일들이 워낙 많다. 이번 제4차 재정계산에서도 국민연금 제도뿐만 아니라 기금운영, 기초연금에 소관도 아닌 퇴직연금까지 언급했으니. 9월에 냈어야 할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이라는 일차적인 숙제도 12월에서야 겨우 냈다. 주무부처로서 100% 역할을 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언론으로부터, 정치권으로부터, 노동시민사회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그래도 어떻게 하나. 국민연금이 ‘국민의 연금’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개혁’이라는 더 큰 숙제를 해야 한다.

종합운영계획에 들어간 내용의 핵심은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여러 정책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개편안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한국노총의 제안으로 경사노위에는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 특별위원회’가 설치되었다. 연금개혁이라는 오래된, 밀린 숙제를 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 주체인 노사정뿐만 아니라 청년, 여성, 소상공인,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여 논의하는 자리이다. 물론 논의의 속도는 더디지만 대부분의 단체들이 의욕적으로 연금개혁에 대한 여러 의견을 서로 교환하고 있다. 연금과 같이 제도의 구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나타나는 영역은 해외에서도 사회적 대화를 통해 풀었으니 어찌보면 우리도 선진국의 방식으로 문제를 ‘함께’ 풀고 있는 것이다.

좋다. 개혁이 사실상 출발했으니 어떤 내용으로든 결정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국민들이 이를 감시하고 지켜봐야 한다. 중점적으로 우리가 볼 부분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라는 두 공적연금이 모두 개선 내지 확대되는 방향으로 개편되는 것이다. 노인빈곤율이 거의 절반에 가까운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지금 선택지는 ‘공적연금 확대’밖에 없다. 국민연금의 경우 수용가능한 선에서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인상하더라도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하며 사각지대를 적극 메우는 방안이 실행되어야 한다.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기초연금 또한 박근혜 정부 당시 문제가 되었던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를 뜯어고치고 재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급여대상을 넓히든 금액을 올리든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사용자단체이다. 사회적 대화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사용자단체가 또 말썽을 피울 조짐이다. 경총과 대한상의는 매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실제로 전체적인 개혁방향을 제안하고 토론하려는 노동ㆍ청년ㆍ여성ㆍ자영자ㆍ시민사회와는 다르게 두 단체는 계속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마치 최저임금이 된 기분이다. 이른바 ‘보험료 인상불가론’을 펼치며 그냥 개혁없이 넘어가고 싶어하는 이러한 태도는 사실상 밀린 숙제는 안하고 농땡이만 피우겠다는 무책임한 태도이다.

이번 연금개혁은 노후소득보장 강화로 이어지기 위한 관문이다. 나와 내 조카들의 노후를 바꿀 중요한 문제이다. 노동시민사회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함께 강화하고자 하는 밀린 숙제를 풀기 위해서 적극 사회적 대화에 임하고 있다.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국민들이 직접 감시하고 충분한 비판이 오고가는 과정이 건실한 연금개혁의 튼튼한 기반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정목 한국노총정책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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