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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치개혁이 집권세력의 혈로(血路)다

입력
2019.01.01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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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정치권의 블랙홀은 21대 총선이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정기적이고 주기적이며 예측 가능한 정치일정을 통한 투입과 산출의 환류(피드백)가 작동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1987년 이후 한국 민주주의는 공고화 단계에 진입했다. 문제는 절차와 형식에서의 민주주의에 그치지 않고, 평등의 가치가 협치와 연대를 통해 달성되고, 포용과 관용이 일상화하는 실질적 민주주의로의 변화를 견인하지 못하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다.

촛불 시민들의 정치적 에너지는 사라지고 있고, 경제와 민생에 지친 시민들은 일상으로 복귀했다. 민주적 열망에 고무됐던 개혁세력의 정부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경제지표 악화와 청와대 김태우 파문 등이 지지율 하락의 주요 요인이겠으나, 본질적으로 현 정권의 탕평과 협치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개혁 동력의 상실 측면을 간과해선 안된다. 개혁을 추동하지 않으면 지지율은 더 하락할 수 있다. 총선 정국에서 지지율은 개혁세력이 확보할 수 있는 의석 때문에 의미를 갖는다. 이는 전적으로 2019년도 집권세력이 어떠한 개혁을 추동하고 개혁 모멘텀을 살려가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현행 선거제도가 유지되면 21대 국회는 어떤 모습일까. 개혁연대가 가능한 정당 구도일까. 반대로 또 적대적 공존과 기득권 정치에 포획된 한국정치의 전통적 패러다임이 강화되는 구도일까.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총선 이후 대선이 지척인 시기적 요인과 승자독식의 대통령제에서 정권을 되찾으려는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극한 대립이 정쟁의 제도화로 귀결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의 의석 분포에 따른 변수는 있겠으나, 집권 초에도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던 개혁이 총선 이후 시민 동의를 바탕으로 모멘텀을 회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이다. 그래서 선거제도 개혁이 긴요하다. 극한 대립을 막고 연대와 협치의 일상화를 가능케 할 수 있어서다.

물론 다수대표제가 민주주의의 안정성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단순다수제에서 결선투표를 도입하면 이념적 분극성이 낮은 양당제 또는 온건한 다당제를 형성함으로써 정치적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비례대표제는 정당간 이념적 간극이 큰 다당제를 결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불안정한 정당체제를 형성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는 유명한 정당학자 듀베르제와 사르토리에 의해 뒷받침 된다.

그러나 한국정치에서 이러한 논리가 허구라는 사실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비례성이 높은 비례대표제도 정부의 안정성과 책임성을 보장할 수 있으며, 다수대표제의 승자독식의 선거결과는 소수정당의 정치적 배제를 가져올 수 있는 폐단을 초래한다. 물론 책임정당정치가 관철되려면 한국정치의 패러다임이 개선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선거제도의 혁신이 독립변수로 작동할 때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20대 총선에 단순 대입시켜 보면 민주당과 한국당 등 거대정당에게 불리하다는 결과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행 선거제도에서 대표되지 않는(과소대표 되는) 계층의 이해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연동형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적극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제도적 디자인 없이 정치는 바뀌지 않는다.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사회적 계층간 경제적 간극은 좁혀지지 않는다.

총선 국면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정치적 의제로 내걸고 공론의 장에서 사회적 논의로 이끄는 정당이 정당득표를 통해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정치적 감수성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다수대표제가 거대정당에 유리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정당이 승리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민주당 등 집권세력은 정치적 난조에 빠진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선거제도 개혁에 야3당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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