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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서도 “나가라”… 진퇴양난 카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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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서도 “나가라”… 진퇴양난 카라반

입력
2018.11.19 17:06
수정
2018.11.20 00: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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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루 100건 망명 신청 접수… 카라반 체류 길어지자 티후아나 주민들 분위기 악화

중미 출신 이민자 가정의 한 어린이가 18일 멕시코 티후아나에 마련된 쉼터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 티후아나=로이터 연합뉴스
중미 출신 이민자 가정의 한 어린이가 18일 멕시코 티후아나에 마련된 쉼터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 티후아나=로이터 연합뉴스

힘겨운 여정 끝에 미국 국경에 도착했지만 그 기쁨을 누릴 여유도 없이, 중미 출신 이민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관에 봉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反)난민 기조를 거듭 강조하며 국경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는데다, 멕시코 내에서조차 이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와 접경한 멕시코 북부 국경도시티후아나에 중미 출신 이민자들이 속속 도착해 3,000명까지 불어나자, 주민들이 반 난민 시위를 벌이는 등 적극적으로 배척하고 있다. 이들은 멕시코 국기를 흔들며, “나가라! 나가라!”를 연신 외쳤다. 국경지대를 취재하고 있는 기자라고 밝힌 에밀리 그린은 트위터에서 시위대 영상과 함께 “반카라반 시위대가 이민자들이 모여 있는 쉼터로 향하고 있다.이들은 이민자를 옹호하는 측에 욕을 하고 손가락질을 하는 등 폭력성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미 출신 이민자들을 지지하는 한 활동가들이 18일 반카라반 시위대와 언쟁을 벌이고 있다. 티후아나=로이터 연합뉴스
중미 출신 이민자들을 지지하는 한 활동가들이 18일 반카라반 시위대와 언쟁을 벌이고 있다. 티후아나=로이터 연합뉴스

시위대의 불만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카라반에 범죄자가 섞여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치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과 자신들이 낸 세금이 티후아나에 머무는 이민자들에게 사용되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위에 참석한 후아나 로드리게즈는 “그들에게 범죄를 저지른 이력이 있는지 정부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이는 “그들은 그들 정부가 돌보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불만은 미 당국이 하루에 100건 안팎 망명 신청만 접수하면서 중미 출신 이민자들의 티후아나 체류 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쏟아져 나왔다. 후안 마누엘 가스텔룸 티후아나 시장은 “이민자들이 최소 6개월 간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이처럼 많은 이민자들을 다룰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시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그는 카라반이 티후아나에 유입되는 것과 관련, ‘사태(avalanche)’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미국으로의 관문인 멕시코에서 이민자들을 거부하는 분위기는 최근 들어 격화하고 있다. AP통신은 “이민자들이 멕시코 남부 국경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음식과 거처를 제공 받으며 현지 주민들로부터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이민자들을 떠 안아야 하는 티후아나 주민들의 상반된 입장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포 조성 전략이 멕시코에서도 통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 인터넷 매체인 버즈피드의 멕시코 특파원 카를라잡스는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멕시코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멕시코는 지금 카라반 찬반 논쟁으로 분열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반카라반 시위대 무리에서 ‘침입은 안 된다’는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이들이보였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카라반을 가리킬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반카라반 시위대가 18일 티후아나에서 '침입은 안 된다'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티후아나=로이터 연합뉴스
반카라반 시위대가 18일 티후아나에서 '침입은 안 된다'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티후아나=로이터 연합뉴스

악화한 분위기에 중미 이민자들은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온두라스에서 왔다는 호세 카세레스는 AP통신에 “폭력을 피해 여기까지 왔는데, 이곳에 폭력을 일으키려 왔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안타깝기만 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온두라스 출신인 카를로스 파딜랴는 “거리에서 거주민이 우리를 향해 돼지라고 욕하는 것을 들었다. 문제를 일으키려고 온 게 아니고 망명 신청을 하기 위해 온 것인데, 우리를 동물 취급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돌을 맞거나 구타를 당하는 이민자들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이민자들을 더욱 몰아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무단으로 국경을 넘는 중남미 이민자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 대해 “잡았다가 놔주는 것은 옛말”이라며 “지금은 잡았다가 구금하기”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미국은 이런 침입에 준비가 안 돼 있다. 그들은 범죄를 일으키고 있다. 집으로 가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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