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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쯔강 철갑상어가 10년 뒤 사라지게 될 이유

입력
2018.1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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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기자의 교과서 밖 과학]

철갑상어
철갑상어

길어야 20년 남았다. 중국 연구진은 1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은 논문을 통해 “철갑상어가 양쯔강에서 10~2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쯔강에 들어선 여러 대형 댐의 영향으로 산란지까지 이동 거리가 짧아지면서 철갑상어 생식선(난자ㆍ정자를 만들어내는 기관) 성숙 시기가 뒤로 밀리게 됐고, 수온 상승까지 겹치면서 철갑상어의 산란기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세계 3대 진미라 불리는 캐비어(철갑상어 알)를 노린 남획 못지않게 대형 댐도 철갑상어 개체수 감소에 영향을 준다. 철갑상어는 연어처럼 바다에서 생활하다가 산란기가 되면 강을 거슬러 올라가 알을 낳는 소하(溯河)성 어류다.

대형 댐이 어류의 생식선 성숙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건 그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다. 이전까진 주로 대형 댐이 어류의 이동을 막는다는 내용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그래서 여러 종의 소하성 어류가 서식하는 국내에서도 어도(魚道) 정비 위주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앞서 3월 해양수산부는 바다와 하천을 오가는 뱀장어ㆍ연어 등 어류의 이동을 활발하게 하기 위해 제2차 어도종합관리계획을 발표했다. 어도는 물고기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돕기 위해 댐과 보에 만든 물고기 전용 길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댐 건설 후 수온이 올라가는 것도 문제여서, 어도를 내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철갑상어는 6~8월 산란을 위해 양쯔강을 거슬러 올라가 10~11월에 산란한다. 태어난 지 9개월이 지난 치어는 바다로 향하고 수컷과 암컷은 각각 생후 26개월, 36개월까지 생식선이 점차 발달한다. 그러다 번식이 가능한 성체(수컷 생후 8년ㆍ암컷 13년)가 됐을 때 양쯔강 산란지로 되돌아가 알을 낳는다.

하지만 양쯔강 최초 수력발전소인 거저우(葛洲)댐 건설을 위해 1981년 물길을 막으면서 철갑상어가 산란을 위해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기존 2,850㎞에서 1,675㎞로 크게 줄었다. 철갑상어의 생식선이 번식할 정도로 성숙해지는 최초 시점 역시 9월 15일에서 10월 22일로 37일 미뤄졌다.

거저우댐 건설 이전에는 산란지의 적정 수온(영상 18~20도)이 유지되는 기간(60일)이 철갑상어의 생식선 성숙 시점과 맞물려 산란기가 9월15일부터 11월15일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거저우댐 건설 이후 철갑상어의 생식선이 성숙된 시기가 뒤로 밀렸고(10월22일~11월15일), 수온이 오르면서 산란지의 적정수온이 유지되는 시간(40일ㆍ10월 20일~11월 30일) 역시 짧아졌다. 결과적으로 산란시기는 종전 60일에서 23일로 급감했다.

거저우댐 상류에 세계 최대 용량의 수력발전소인 싼샤(三峽)댐이 들어선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수온이 더욱 올라 산란지의 적정 수온 기간이 11월 2일~12월 2일(30일)로 더 늦춰졌다. 철갑상어의 생식선이 성숙되는 시기(10월 22일~11월 15일)를 고려하면 산란기가 13일로 줄어든 셈이다. 연구진은 “거저우댐과 쌴샤댐 건설 이후 산란지에서 번식할 수 있는 철갑상어 개체 수는 댐이 없던 시절보다 각각 75.8%, 95.5% 감소했다”며 “10~20년 사이 양쯔강에서 철갑상어가 멸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어도를 만들고, 치어를 방류하는 것보단 물의 온도를 낮춰 산란지에서 적정온도가 유지되는 기간을 산란 시기와 맞추는 게 보다 효율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수량 관리와 경제발전을 앞세운 대형 댐 건설로 서식지를 잃는 건 지역 주민만이 아니다.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빈국이자 메콩강 수량의 절반 가까이 보유한 라오스는 ‘동남아의 전력 공급소’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주민 반대에도 벌써 세 번째 대형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나온 전기를 인근 국가에 팔아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여서 2030년까지 메콩강에 총 71개 댐이 들어설 계획이다. 그만큼 수상 생태계 파괴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 4월 국제학술지 ‘바이올로지컬 컨저베이션’에는 “브라질 열대우림 지역에 건설된 벨루몬치댐 가동으로 아마존강에 서식하는 희귀어류 80%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북부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 있는 이 댐의 발전용량은 1만1,233㎿다. 중국 싼샤댐(2만2,500㎿)과 브라질과 파라과이 국경에 있는 이타이푸댐(1만4,000㎿)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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