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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 성폭행 피해자에 “가만 두지 않겠다”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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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 성폭행 피해자에 “가만 두지 않겠다” 위협

입력
2018.11.0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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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해 성폭행이 자행됐다는 의혹이 지난달 31일 정부 공식 조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이날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 1980년 당시 20세의 나이에 가슴이 잘린 채 처참한 모습으로 숨진 손옥례씨의 묘에서 추모객들이 참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해 성폭행이 자행됐다는 의혹이 지난달 31일 정부 공식 조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이날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 1980년 당시 20세의 나이에 가슴이 잘린 채 처참한 모습으로 숨진 손옥례씨의 묘에서 추모객들이 참배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원회, 국방부로 구성된 ‘5ㆍ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 이 5ㆍ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과 수사요원 등에 의해 자행된 성폭행 범죄 17건을 확인했다. 실제 피해자는 수십명에 달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부 피해자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엄정한 진상조사와 함께 피해자 보호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ㆍ18 당시 시민군의 상황실 ‘녹두서점’을 운영했던 정현애 오월어머니집 이사장은 1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충을 전했다. 오월어머니집은 5ㆍ18 민주화운동에 직접 참여했거나 가족이 사망ㆍ부상ㆍ구속 등 피해를 입은 여성들로 구성된 단체다. 정 이사장은 “피해자들이 지금도 폭력에 대한 공포감에 시달리고 있는데 전화로 ‘가만 두지 않겠다’는 위협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해자나 그 동조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피해사실을 증언하지 못하도록 신변의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손상을 입었지만 국가 차원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38년이 지난 지금도 정신병으로 고통 받고 있고, 불교에 귀의해 승려가 된 피해자도 있다. 이런 와중에도 용기를 내 증언하려는 피해자들이 보상과 명예회복은커녕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

5ㆍ18 관련 단체 등은 피해자 보호가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정현애 이사장은 “‘철저하게 국가가 잘못한 폭력이고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사회적 지지 속에서 정확하게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공동조사단 단장을 맡았던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자들이) 용기 낸 고백을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고 국가의 명시적인 책임자의 사과가 필요하다”면서 “피해자들이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고 2차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동조사단에서 자료를 넘겨 받아 진상 규명과 피해자 보호를 담당해야 할 ‘5ㆍ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출범도 하지 못하고 있다. 진상조사위는 공동조사단과는 달리 동행 명령, 수사권 등이 있어 더 면밀한 조사가 가능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조사위원 추천을 미루면서 이미 출범하기로 한 시점을 40여일 넘기고 있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진상조사위 활동 기한이 2년 플러스 1년인데 벌써 두 달 가까이 지나버렸다. 준비기간도 6개월은 걸릴 것”이라면서 “시간이 급하니 개문발차로 출범하자”고 제안했다. 국무총리와 여당이 추천한 6명을 대통령이 조사위원으로 임명해 진상조사위를 출범시키고 나중에 한국당이 추천하는 3명을 합류시키자는 것이다. 최 의원은 법규나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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