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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죄 행보’ 일왕 비난한 야스쿠니 수장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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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죄 행보’ 일왕 비난한 야스쿠니 수장 사퇴

입력
2018.10.1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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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당시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도쿄 야스쿠니 신사.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당시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도쿄 야스쿠니 신사.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야스쿠니(靖國) 신사의 최고 수장이 일왕을 비난한 발언으로 사퇴했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을 비롯한 일본 왕실이 야스쿠니 신사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한 발언이 주간지 보도를 통해 공개되면서다.

1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야스쿠니 신사 측은 고호리 구니오(小堀邦夫) 궁사가 전날 궁내청을 방문해 일왕에 대한 발언을 사죄하고 사퇴 의향을 밝혔다. 궁사는 신사의 최고 수장으로 제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야스쿠니 신사는 “고호리 궁사가 회의에서 지극히 불온한 단어를 사용한 녹음 내용이 누설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슈칸(週刊) 포스트는 최근 고호리 궁사가 지난 6월에 열린 비공개 연구회의에서 “폐하(일왕)가 열심히 위령(慰靈)을 위한 여행을 할수록 야스쿠니는 멀어져 간다”, “확실히 말해 폐하는 지금 신사를 부수려 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아키히토 일왕에 이어 내년 5월 즉위할 예정인 나루히토(徳仁) 왕세자 부부에 대해서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러 오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키히토 일왕은 1989년 즉위 이후 중국, 팔라우, 필리핀, 베트남 등 태평양전쟁을 벌였던 장소를 방문,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사죄행보를 이어왔다. 방문지에서 일본인 병사 위령비는 물론 상대국 병사 위령비에도 참배했다. 2005년에는 사이판을 방문해 전후 최초로 한국인 위령탑에 참배했다.

뿐만 아니라 즉위 이후 한번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다. 종전기념일에 열리는 전국전몰자 추도식에서도 “깊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언급하는 등 전쟁을 반성하는 태도로 국제적으로도 평가를 받아 왔다. 이처럼 전쟁을 반성하고 우익과 거리를 두는 행보는 일본 내 우익세력의 비판 대상이 돼 왔다. 이번 고호리 궁사의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야스쿠니 신사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를 비롯해 태평양전쟁 당시 A급 전범 14명을 합사된 곳으로, 일본 우익들의 성지로 불린다.

아키히토 일왕의 행보는 일본의 전쟁 책임 언급에 소극적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극명히 대조된다. 아베 총리는 2013년 12월 야스쿠니신사를 전격 참배했으며 매년 종전기념일과 춘ㆍ추계 예대제 때 공물료를 납부해 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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