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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당 카르텔과 개혁 지체

입력
2018.10.08 18: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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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은 제도화를 통해 도출돼야 한다. 그러나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부조리 타파를 위한 사회적 개혁의 토대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제1야당 등 보수세력의 강고한 냉전적 사고는 변하지 않았고, 사회경제적 게임의 공정한 룰을 위한 구조 개혁의 단초는 보이지 않는다. 촛불로 상징되었던 시민의 정치적 요구가 표출될 수 있는 동력도 사라지고 있다.

개혁의 당위마저 희미해지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의가 의회에서 표출되기는커녕 차기 총선을 의식한 집권당과 제1야당의 갈등은 전방위로 확산되는 추세다. 심재철 의원 ‘정보 유출’ 사건과 유은혜 장관 임명으로 야기된 여야 대립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여야의 무한 대치가 한국정치에서 새삼스러운 현상도 아니지만, 비타협적 적대적 공존의 정치적 프레임은 고질적 정치부재를 가속화한다. 새 정부 출범 1년 4개월이 넘도록 사회 변화의 방향성 정립은 물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사회경제적 이해를 반영할 정치적 모멘텀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향후 개혁 전망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정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전직 대통령들의 국정 농단과 권력을 남용한 사익 추구 행위 등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 행태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당시 집권세력으로서의 성찰과 반성을 보이지 않는다. 제1야당의 이러한 비지성적ㆍ반정치적 행태는 집권 여당의 정치력 부재와 맞물리면서 정치적 허무를 증폭시킨다. 시민의 힘을 민주적 개혁의 원천으로 기능하게 할 수 있는 정치개혁이 결정적 과제여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정치개혁은 경제 악화에 막혀 정치사회적 의제 주변에 머무르고 있다. 고용난과 성장동력 약화라는 경제적 난국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정권의 성장만능주의에서 비롯된 현재의 부조리와 모순은 민주화 이후 강화되고 체질화됐다. 하지만 불공정과 부정의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당연한 귀결이라 치부할 수 없다. 한국사회 격차 진행의 속도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의 사회적 지향에 대한 총론적 방향 제시와 각 영역의 왜곡된 관행과 제도를 극복하기 위한 공론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토대로 입법을 통한 실질적 제도화가 국회에서 논의되고 걸러짐으로써 개혁이 축적돼 갈 때 ‘촛불’은 비로소 의미를 부여받는다.

우리는 시민들의 요구를 입법으로 완성할 수 있는 여야 공존의 문화는 물론 시민사회의 의사가 균형적ㆍ비례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정당 체제를 갖고 있지 않다. 정치권이 적대적 공존의 우산 속에서 대립하면서도 자신들의 정치적 이기주의를 충족시키는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거대 양당의 카르텔 구조에 안주하는 이 정당체제를 바꿔야 한다.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거론되는 보수 통합은 진보와 대척점에 있는 정치세력의 정치공학적 연합을 의미한다. 소수의 의견을 반영하고 과소 대표돼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요구를 수렴함으로써 시민의 이해를 대표하지 못하고, 선거공학적 차원의 통합에 그칠 것이다.

양대 정당이 주도하는 대립과 갈등의 카르텔 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정치개혁이 시급하다. 정치 자체를 위한 개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부정의와 불평등 등 한국사회에 내재화돼 있는 구조적 모순을 표면에 노출시키고 이를 토대로 개혁을 제도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당의 출현을 가능케 하는 정당체제를 만들기 위함이다.

현행 선거 제도 아래서 소수의 정치적 의사는 묵살될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근본적 변화는 일차적으로 선거제도의 변화 등 정치개혁에서 찾아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타파라는 진부한 주제를 넘어서는 상상 이상의 담대한 개혁은 지금의 정당 카르텔 구조에서는 찾을 수 없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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