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아침을 열며] 미래로 가는 길, 억압 없는 사회부터

입력
2018.10.02 18:15
27면
0 0

억압을 느낀 적이 있으신지? 우리에겐 여전히 자기 뜻대로 자유로이 행동하지 못하도록 억지로 억누르는 사람이나 관습, 제도가 많다. 가정에서의 억압을 추석 중 느끼신 분도 많았을 것이다. 억압이 존재하는 사회는 미래 희망이 없다.

최근 핀란드와 관련된 두 권의 책을 읽었다. ‘핀란드 경쟁력 100’은 핀란드의 오늘을 가능케 한 100가지 사회적 창안을 소개하고 있고,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는 핀란드인이 미국으로 이주한 후 두 나라를 비교한 내용이다. 핀란드는 세계행복지수 1위 나라다. 유엔 자문기구의 2018년 세계행복보고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57위다. 핀란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달러를 넘으면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네 번째로 소득분배가 잘 돼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몇 년째 26위에 머무나, 핀란드는 10위권을 벗어나지 않는다. 핀란드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도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한다.

통상 자유와 평등은 상충된다는데, 핀란드는 어떻게 국가경쟁력도 높으면서 분배도 좋을 수 있을까? 해답은 협치다. 핀란드의 노사정 3자주의가 한 배경이다. 핀란드는 근로자, 기업, 정부의 파트너십을 통해 기업 경쟁력과 노동자의 안정적 소득을 모두 달성하고 있다. 기업과 노조가 서로를 존중하고, 정부는 양자 간 합의이행을 보증하는 것이다. 또한 핀란드의 협치국회도 한 배경이다. 핀란드 의회에는 미래위원회가 상임위원회로 설치돼 있다. 정당들이 정파적 차이를 초월해 미래비전에 입각해 논의하다 보니 합의가 쉬워지고 있다.

핀란드가 협치에 능한 배경은 무엇인가? 상대에 대한 신뢰 없이 협치란 불가능하다. 핀란드는 사회적 신뢰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신뢰를 결정하는 것은 사전ㆍ사후적 공정성이다. 사전적으론 기회가 공정해야 신뢰가 생긴다. 개인차원에서 기회의 핵심은 교육과 의료이다. 핀란드에서는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양질의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 한편 사후적으로 신뢰를 깨는 사람은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공정하고, 그래야 신뢰가 쌓인다. 핀란드는 고소득자일수록 벌금을 많이 낸다. 과거 노키아 부사장이 과속벌금으로 1억8,000만원을 낸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핀란드 사회가 공정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핀란드는 개인의 자유를 평등하게 존중한다. 핀란드는 가족, 학교, 직장, 지역사회, 국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억압에서 개인을 자유롭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람 간에는 우열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토착 원주민인 사미족의 문화적 자치권을 보장하며, 올란드 지역에 독자적인 문화ㆍ경제체제를 허용한다. 집시도 핀란드인으로 대우 받는다. 반면 우리는 사회적 억압과 차별이 여전히 심한 나라다. 세계행복보고서는 우리가 불행한 이유로 개인의 자율성이 139위로 매우 낮은 점을 들고 있다. 아직 억압이 있다는 뜻이다. 사람 간 우열이 존재한다고 믿는 양반-상놈의 계급사회 잔재가 아직도 우리에게 남아 있다. 개인의 자유를 평등하게 존중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시스템이 정착되고 그러다 보면 사회에 신뢰가 쌓이고 협치도 가능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도 높은 경쟁력과 분배수준을 함께 달성할 수 있다.

물론 핀란드 모델을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핀란드는 한반도의 1.5배 면적에, 인구 550만명에 불과한 나라이다. 경쟁이 덜 치열하니 우리나라에 비해 신뢰와 협력이 더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이다. 그러나 강대국 틈바구니 속의 지정학적 위치, 빈약한 천연자원, 높은 교육열 등 우리와의 공통점도 적지 않다. 우리도 각 개인의 자유를 평등하게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에 희망이 생긴다.

박진 국회미래연구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