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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첫 선언 18년 만에… “희망의 발판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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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첫 선언 18년 만에… “희망의 발판 마련”

입력
2018.06.28 18:27
수정
2018.06.29 01: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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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된 사람들 못 풀려나” 탄식도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종교적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 헌법소원과 위헌 소송을 청구했던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축하의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종교적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 헌법소원과 위헌 소송을 청구했던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축하의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태양씨가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지 18년이 지났습니다. 1만9,000명의 젊은이가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가야 했던 역사가 오늘로 끝날 거라 믿었습니다. 그들이 겪은 고통, 부모 친구와 나눠 온 슬픔에 대해 이 사회가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28일 오후 2시8분.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 규정이 없는 병역법 조항을 ‘헌법불합치’로 결론 내리자 초초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저마다 환희와 감격의 탄식을 내뱉었다. 병역거부를 이유로 처벌받아야 했던 경험을 가진 탓에 병역거부 처벌 조항이 위헌으로 종지부 찍히지 않은 것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대체복무제도 도입만으로도 많은 것이 바뀌게 되리라는 희망을 내비쳤다.

평화운동단체에서 활동하며 2010년 병역을 거부, 1년6개월 실형을 살았던 이조은(34)씨는 “헌재가 앞서 2004년, 2011년에 합헌 결정을 내리는 걸 지켜보면서 느껴야 했던 좌절감이 떠올라 전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로 긴장했다”라면서 “대체복무라는 발판이 이제라도 마련돼 너무나도 큰 기쁨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 당사자는 물론이고, 국민이 함께 대체복무제가 입법되는 과정을 지켜봐 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2015년부터 예비군훈련 소집을 거부하고 있는 김형수(29)씨 역시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사회가 통념으로 받아들여 왔던 국가안보와 개인양심 간의 부조화가 종식될 것”이라며 “군사 행위가 아닌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국가와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돼 2016년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은 뒤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김모(31)씨 역시 환영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종교적인 신념을 이유로 집총을 거부할 뿐, 대체복무를 통해 국가와 국민을 봉사할 마음은 얼마든지 있다”고 대체복무 규정 도입을 촉구했다.

앞으로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특히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할 대체복무제의 형태 등에 관심이 컸다. 여호와의증인 신도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박경환(29)씨는 “종교적인 양심을 근거로 병역을 거부한 만큼 대체복무 역시 군대와는 무관한 실제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민간대체복무가 입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병역거부 처벌 자체는 합헌이라는 헌재 결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선고 직후 헌재 앞에서 만난 참여연대 활동가 홍정훈(28)씨는 “헌재 결정으로 지금 감옥에 있는 병역거부자들이 풀려나는 것도, 나를 비롯해 많은 이들에게 진행 중인 재판이 바로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을 기대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폭력에 반대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그저 총을 들지 않겠다는 선택을 내린 사람들”이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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