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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의 건강사회] 인성회복이 답이다

입력
2018.05.27 09:5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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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 고유 정신이 경제강국 이뤄

인성 무너지면서 물질만능주의 팽배

잘못된 풍조 바로잡지 않으면 사상누각

국회의장 재임 시 다른 나라의 많은 지도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대한민국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짧은 기간 내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경제 강국이 되고, 이처럼 역동적인 사회를 만든 일은 기적과도 같다며 그 비결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온 국민의 힘으로 이룬 그간의 성취는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될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이런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민족 고유의 ‘정신’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반만년 동안 충효(忠孝)와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에 기초한 인성(人性)의 힘이 발현되면서, 오늘날과 같이 놀라운 발전을 이뤄낸 것이다.

하지만 앞만 보고 달려오는 사이, 우리 민족 고유의 아름다운 인성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모두가 오직 돈과 물질에 탐닉해 살아오면서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사회로 전락해버렸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연이은 안전사고, 끔찍한 아동학대와 가정파괴 범죄, 아파트 층간소음이나 흡연문제로 인한 일시적 분노를 참지 못해 발생하는 참상 등이 그 대가인 것이다.

2,700년 전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잘 알려진 제나라의 정치경제학자 관중은 예(禮)와 의(義), 염(廉)과 치(恥)가 나라를 지탱하는 네 기둥이라고 하였다. 예절과 신의, 청렴과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사회의 기본이라는 말이다. 이중 하나가 무너지면 나라가 흔들리게 되고, 네 가지 모두 무너지면 나라가 지탱될 수 없다고 하였다. 관중의 생각에 동의하면서 우리 사회를 뒤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만이 아니라 21세기 세계를 리드하는 문명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인성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충효나, 인과 예를 말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고루한 가르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통적 가치관인 충효와 인의예지에 바탕을 둔 존중과 배려의 정신, 이것은 우리 시대가 꼭 필요로 하는 최고의 덕목이다.

세계에서 가장 모범국가라 불리며 행복지수 1위인 덴마크를 보면 우리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정신을 부활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행복의 원천은 내면에 있고 공동체의 행복을 먼저 추구하며 함께 나누는 삶이 행복이라는 여유와 소박한 삶의 자세가 오늘의 덴마크를 만들었다.

그러한 사명감으로 국회의원으로 일하는 동안 ‘국회인성교육 실천포럼’을 창립해서 활동하고,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하였으며, 국회 입법조사처와 함께 ‘인성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우리 청소년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건강한 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인성교육을 의무화하는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은 20년간의 의정활동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하다.

국회의장 재임 중 각계의 전문가들로 구성한 ‘인성함양자문위원회’와 함께 공들여 만든 ‘인성보감(人性寶鑑)’이라는 책자가 있다. 아름다운 삶을 위한 인성교육의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면서 자애, 겸손, 배려, 관용 등 24가지 덕목을 제시하였다. 많은 국민들이 가까운 도서관에 들러서 이 책과 만나보기를 희망해 본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목표는 물질적 성장에 걸맞은 정신적 성숙을 이뤄내는 것이 되어야 한다. 물론 지난 수십 년 동안 앞만 바라보고 달려오며 치열한 경쟁사회가 되어버린 우리 사회의 내력이 있다. 지금 우리 사회와 정치권이 겪고 있는 심각한 병증의 근원도 다른 데 있지 않다. 인성의 회복과 진흥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나, 이 길은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잘못된 정신의 풍조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더 이상 무엇을 이룰 수도 없고, 설령 이룬다고 해도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 모두가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인성회복운동과 사회적 신뢰자본 확충을 위한 국민정신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권하고 싶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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