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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한반도 파멸을 피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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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한반도 파멸을 피하는 길

입력
2018.01.01 15: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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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한반도에 짙게 드리운 전쟁 먹구름

北 핵무력 완성 호언은 위험한 불장난

섣부른 행동보다 인내심 갖고 출구 찾길

2018년 새해가 상큼하게 밝았다. 새해 첫날 한반도 전역이 쾌청했고, 그리 춥지도 않았다. 미세먼지 상태는 보통으로 양호했다. 연중 이런 기상상태는 흔치 않다. 적어도 날씨 상으로는 한반도가 축복 속에 새해를 맞았다. 그러나 한반도 상공에 드리운 안보정세 기상도는 영 딴판이다. 2018년이 한반도와, 그리고 그 위에 터잡고 사는 우리의 운명을 가를 결정적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과 분석이 도처에 넘쳐난다. 한민족 절멸의 위기라는 우려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한다며 한 얘기다. 김정은은 지난 연말 노동당 제5차 세포위원장대회 개회사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 실제적인 핵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전략 국가로 급부상한 우리 공화국의 실체를 이 세상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은 미국에 실질적 위협을 가하는 수단을 손에 넣어 대미 억지력를 확보하고자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런 점에서 일단 김정은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정부만이 아니라 일반 미국인들도 북 핵ㆍ미사일을 자신들에 대한 최대 안보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8일 발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보고서에서 북핵을 자국에 대한 최대 안보위협으로 규정했다. 북한이라는 단어가 17차례나 언급됐다. 미국 대외정책에서 중동, 유럽 문제에 밀려 후순위였던 북한 문제가 최우선 순위로 올라선 것이다. CNN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의 86%가 북한을 심각한 위협으로 여긴다고 응답했다.

그렇다고 김정은이 기세등등 우쭐거리며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동안 미국이 이라크, 리비아 등 위협국가들에게 감행한 군사공격에 비춰 김정은은 지금 가장 위험한 순간에 처해 있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지금 미국 대통령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다. 물론 김정은도 미치광이 행동에서는 트럼프에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한반도의 올해가 더욱 걱정스러운 것이다.

강 대 강으로 치닫다간 파국을 피할 수 없다. 출구를 찾아야 한다. 미국은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제재와 압박 강도를 높여가다 어느 순간에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김정은 등 소수의 북한 지도부 제거를 위한 참수작전이나 핵ㆍ미사일 시설과 군사시설을 타격해 파괴하는 제한적 군사작전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외신이 보도한 ‘코피 작전’이란 게 있다. 북 핵ㆍ미사일 시설에 대한 정밀.제한적 타격으로 북한의 코피를 터뜨려 미국의 대북 군사타격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면 북한이 자신들의 파멸로 이어질 전면전을 두려워해 보복공격도 못하고 핵ㆍ미사일 개발도 포기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큰 소리쳐놓고 보복공격에 나서지 않을 경우 김정은 정권은 존속이 어렵다. 핵 못지 않게 무섭고 핵보다 훨씬 용이하게 사용 가능한 생화학 무기도 있다. 최근 청와대 백신 구입 문제로 논란이 된 탄저균을 비롯해 각종 생화학 무기를 수천톤이나 보유했다는 북한이다. 천만 이상 인구 밀집지역인 서울이나 일본 도쿄 등지에 그런 무기를 동원해 보복 공격을 가한다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참사가 빚어질 수 있다.

핵과 미사일은 북한에 군사적, 정치ㆍ외교적 무기일뿐 아니라 체제유지를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적 무기로 자리 잡았다. 지금과 같은 정세와 여건에서는 김정은 정권에 핵무력 포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제재와 압박 강도를 높이고 그 기조를 유지하면서 시간을 갖고 대화를 모색하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우리 속담에 앓느니 죽는다는 말이 있지만 지금 한반도는 앓더라도 파멸을 피해가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계성 한반도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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