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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인 칼럼] 제자리에서

입력
2017.02.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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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부터 피의자 의무 다해야

황 권한대행도 민생대책 중심 잡길

대선주자들 철저 검증도 중요한 일

대통령 탄핵 정국이 지속되면서 사회적·정치적 어수선함이 더해지고 있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촉발된 이런 어수선함이 혼돈과 대결의 악순환으로 귀착될지 아니면 새로운 정치·경제 질서를 꽃피우는 산고가 될지는, 결국 대한민국의 주인인 ‘우리’에게 달렸다. 우리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지난 몇 달간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이 창궐하고 있다. 화재와 안전사고도 줄을 잇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존재감이 없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과연 제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황 권한대행이 제자리에서 중심을 잡아준다면 비정치적 영역의 민생 문제가 이처럼 방치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처럼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즉시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대통령 선거 출마는 어떤 경우에도 하지 않겠다고 공표하고 권한대행으로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사심을 가지고서는 야당과 협치를 할 수 없고, 협치 없이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막중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탄핵의 당사자로서 또 특검의 피의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대통령으로서 불체포 특권과 압수수색 면제를 이용해 특검 수사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견지한다면, 이는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등을 비판했던 입으로 두 말을 하는 것과 같다.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고 사법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탄핵당한 대통령이 제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다.

특검 수사기간 연장 문제와 헌법재판소 판결 일정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검 기간이 종료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어수선함이 혼돈과 대결의 악순환으로 귀착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가 국민 대다수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 일정을 결정한다면, 헌법재판소 역시 지금 상황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지와 조기 대선이 언제 실시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힌 정치인들은 4월 말~5월 초에 대선이 치러진다는 가정 하에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비전과 정책 구상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준비 없이 조기 대선을 맞게 된다면 정치적 혼돈을 피할 수 없고, 촛불로 시작된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염원이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으로 인해 꽃망울도 못 터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또한 상호 치열한 토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검증을 받아야 한다. 18대 대통령 선거 때처럼 현장 방문 중심의 선거운동과 제한된 TV 토론만으로는 주권자인 국민이 후보들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 10여 년을 정치권에 몸 담았던 정치인 박근혜의 실체에 대해 과연 제대로 알기나 하고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인지와 같은 자괴감을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짧은 기간 내에 대선 후보와 대통령 선출이 이뤄질 19대 대선에서 국민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언론은 대통령 후보 간에 충분한 토론의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후보의 비전과 정책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이뤄지는 공간도 만들어야 한다. 각계 전문가와 지식인들 역시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제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다.

국민이 제자리를 지키는 것은 생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권자로서 판단하고 요구하고 행동하는 일이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주권이 실제로 국민에게 있게 된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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