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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서울의 겨울 매력을 찾아서

입력
2016.11.2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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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겨울이 정말 싫다. 어릴 때부터 싫어했는데 우연하게도 항상 겨울이 매우 추운 나라에서 살아왔다. 미국의 보스턴이나 인디애나, 미네소타, 러시아의 모스크바까지. 겨울마다 자신에게 물어본다. 왜 태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따뜻한 나라에서 살진 않았을까 하고. 그나마 살아온 곳 중에서 서울의 겨울이 비교적 짧고 매우 춥진 않다. 그래도 나같이 추위를 잘 타는 사람은 서울의 겨울도 견디기 어렵다.

하지만 겨울을 행복하게 보내려면 겨울의 장점에 집중해야 한다. 믿을 수 없게 추운 러시아 겨울도 자기만의 매력이 있다. 12월에 모스크바 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냉동고 없이) 파는 사람들을 보고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도시마다 각각 특색이 있고, 각 도시마다 겨울과의 어떤 특별한 관계가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스턴 겨울의 매력과 서울 겨울의 매력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과연 서울 겨울의 매력은 무엇일까. 솔직히 말해서 다른 도시나 한국의 지방과 비교하면 좀 부정적인 부분이 있다. 눈이 오랫동안 하얗게 쌓이는 깨끗한 겨울이 있고, 좀 지저분한 더러운 겨울도 있다. 서울은 대부분 그 두 번째 경우다. 그리고 아주 추운 곳이지만 눈이 그다지 많이 오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눈이 내리는 아름다움과 기분 좋은 분위기를 자주 느끼지는 못한다.

서울에서 보내는 겨울은 서울을 떠나 아름다운 지방으로 갈 때 가장 재미있다. 스키 타기, 눈 축제, 온천여행, 얼음낚시, 눈꽃기차여행 등. 하지만 겨울 내내 여행만 다닐 순 없지 않은가. 서울의 겨울을 재미있게 보내려면 일상에서 매력을 찾아야 한다. 나는 서울에 오랫동안 살면서 내게 맞는 매력 두 가지를 확인했다.

첫 번째, 한국에서는 매서운 추위와 싸우기 위해 여러 가지 따뜻함을 추구한다. 예를 들어 김치찌개는 어느 계절에나 맛이 있지만 추운 겨울에 특히 더 맛있다. 한식 중에는 겨울과 잘 어울리는 음식들이 특히 많은 것 같다. 불친절한 추운 날씨와 대조적으로 뜨겁고 위로를 주는 음식들이 있어서 겨울은 조금이라도 더 견딜 만하다.

온돌 문화도 한국의 겨울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그 동안 다른 나라에서 추운 겨울을 수년간 지내오다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온돌방을 경험했는데 아주 인상 깊었다. 서울에서 추운 몸을 정말 따뜻하게 만들고 싶다면 가까운 거리에 분명히 있을 법한 사우나나 찜질방에 가면 된다.

그런 따뜻함이 있어서 한국의 겨울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내게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서울에서는 하루 종일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지낼 수밖에 없다. 여름이라면 많은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이 불편해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겨울에는 그들 속에 있다는 것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 안에서 따뜻함을 더 느낀다기보다는 겨울의 군중 속에서 더 아늑함을 느낀다.

추운 날씨에 따뜻한 극장에 들어와서 두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과 같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특별히 기분 좋은 경험이다. 그리고 서울의 카페에서도 겨울엔 더 아늑하고 매력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커피를 마시는 게 즐거운 일이 된다.

물론 많은 사람들 속에 있다는 게 항상 즐겁지만은 않다. 사람들이 가득한 지하철 안에서 두꺼운 겨울 옷을 입고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내게는 겨울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지낸다는 것이 불쾌하지만은 않다. 그래서 지금처럼 날이 일찍 어두워지고 가을이 떠나가는 시기에 위에서 언급한 점들을 생각하고 위로를 받는다. 서울에서는 겨울이 그다지 반갑지 않지만, 그래도 장점을 생각하면 겨울은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계절이다.

달시 파켓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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