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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인 칼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종착지

입력
2016.11.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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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보다 질서 있는 하야가 바람직

검찰권력 견제할 제도 도입 절실해

궁극적 ‘비선실세’인 재벌 규제해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가 있었다. 그간 언론이 제기한 의혹을 대부분 입증 가능한 혐의로 공식화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거의 모든 혐의에 공범임을 밝혔다는 점에서 검찰 발표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는데도 여전히 충격적이었다.

청와대와 일부 친박 인사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기소 내용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인 것 같다. 탄핵 요건이 충족될 때 국회가 탄핵 절차를 개시하는 것은 권리라기보다 의무이다. 그러나 위중한 경제 상황과 국제 정세를 감안해 볼 때, 탄핵보다 질서정연한 하야가 국익을 위해 더 바람직하다. 탄핵 절차와 별도로 정치권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이다.

대통령도 질서정연한 하야를 위해 야권 지도자들과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고, 동시에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도 최선의 길임을 알아야 한다. 나아가 자신의 하야가 엄중한 경제와 외교 상황을 푸는 첫 단추가 됨을 직시해야 한다. 아집으로 대한민국을 더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종착지가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만이어서는 안 된다. 지난 한 달간 주말마다 터져 나온 수백만 국민의 함성이 단지 대통령 퇴진과 한 줌 주변 인사들의 구속을 요구하는 데 그친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오해이다. 국민은 살맛 나는 세상, 자랑스러운 나라를 재건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일어날 수 있었던 근본적 요인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검찰의 독립 그리고 재벌과 정치권력의 유착 해소 없이는, 제2ㆍ제3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앞으로도 발생할 것이다.

비록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정치권력에 맞서는 모양을 취했다고 하나, 정권 초기에 살아 있는 권력에 추종하고 정권 말기에는 그 권력을 무는 행태의 반복 선상에 있다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또 국민적 관심이 약해지면 언제 표리부동해질지 모른다는 불안도 여전하다. 검찰의 인적 쇄신과 검찰 권력이 견제와 균형에 놓이는 제도의 도입 없이 검찰 독립성 확보는 요원하다.

그런데 검찰개혁보다 더 어렵고 더 은밀해서 그 폐해가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 바로 재벌과 정치권력의 유착 문제이다. 특히 검찰이 공소장에서 최순실-안종범에 대해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았는데, 이는 최순실 일가에게 거액을 제공한 재벌들을 힘없는 피해자로 간주한 꼴이다. 검찰의 이런 기소내용은 오히려 우리사회에서 법의 규율로부터도 자유로운 궁극적 비선실세가 바로 재벌임을 시사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과 별도로 삼성그룹은 최순실 일가에 50억원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35억원을 제공한 시점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시점과 겹친다. 국내외 유수의 의결권 자문기구의 권고에 반하여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세습에 주요 고비였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이뤄졌다. 이 합병으로 인해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약 6,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평가된다.

총수의 사익을 위해 재벌이 비선실세를 이용하고 국정을 농단한 은밀한 사건 중 하나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와 정치권의 진상 규명 의지가 과연 어느 정도인지 의문이다. 공익보다 재벌 총수의 사익이 국가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이런 거래를 통해 축재하는 정치인, 공직자, 비선실세가 있는 이상, 정경유착과 부패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한 달 전쯤 외신기자와 조선ㆍ해운산업 구조조정문제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가 끝난 후 그 기자가 한국 경제에 도대체 긍정적 면은 없는 것이냐고 물었다. 필자는 위기는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재벌개혁과 제도혁신을 통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 수 있다. 촛불을 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깨어서 뜻을 모은다면.

/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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