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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잇따른 성추문… 이번엔 유명 큐레이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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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잇따른 성추문… 이번엔 유명 큐레이터까지

입력
2016.10.2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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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 성추행 피해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 성추행 피해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가 여성 작가 등을 상대로 수 차례 성추행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함씨는 잘못을 시인하고 미술계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21일 젠더를 주제로 사진작업을 하고 있는 대학생 K씨가 에버노트에 “더 이상 권력의 두려움에 떨고 싶지 않다”며 쓴 글에서 시작됐다. K씨는 “20살이었던 작년 11월부터 12월경에 큐레이터 A(함영준)에게 성추행과 가스라이팅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K씨가 올린 글에 따르면 함씨는 수 차례 거절에도 불구 ‘여자친구가 있다’‘작업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말로 만남을 요구했다.

‘휴학중인 어린 학부생이 유명 큐레이터에게 작업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만남에 응한 K씨는 함씨가 자신의 차 안에서 자신의 손과 다리, 어깨 등을 만졌다고 밝혔다. 크롭탑을 입은 피해자에게 ‘나 보라고 입고 온거냐’는 등 성희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어 22일 또다른 피해자 B씨도 “계정을 따로 만들어 이런 이야기를 써도 정말 손 떨린다”며 트위터에 게시한 글에서 대학시절 자신이 함씨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주장했다.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라며 그는 “나는 만취했고 눈을 떠보니 누군가의 집이었고 불이 꺼진 상태에서 누군가의 손이 팬티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무서웠고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 방에는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있었다. 그는 그 사람과 대화도 했다”고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당시에 이런 고민을 대학 선배와 상담한 적이 있는데 사실 아무도 방법을 몰랐다”며 그는 “주변에서 비슷한 사례와 소문이 계속 들려왔다”고도 덧붙였다.

함씨의 실명을 거론하며 글이 게재된 이후 트위터에는 비슷한 피해 사례를 주장하는 글이 ‘#미술계_내_성폭력’이란 해시태그를 달고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일부 피해여성은 23일 오후 4시 함씨가 근무했던 일민미술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할 예정이다.

논란이 커지자 22일 함씨는 에버노트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미술계 내에서 저의 지위와 권력을 엄밀히 인식하지 못하고, 특히 여성 작가를 만나는 일에 있어 부주의했음을 인정합니다”라며 “여러 지면을 통해 평소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자세로 일해왔으나, 실상 그렇지 못한 삶을 꾸려온 점에 대해서도 사과 드립니다”라고 밝혔다.

함씨는 23일 한국일보와 전화통화에서 K씨가 제기한 의혹을 일부 시인하며 “세부적인 것들은 따져 봐야 하겠지만 피해자들에게 성적인 불쾌감을 안겨 드린 것에 사과 드리고 처벌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B씨가 제기한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트윗을 올리신 분의 기억이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서를 통해 전면 부인했다.

현재 그는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직을 사임했고 향후 미술 관련 모든 프로젝트를 중단하겠다 밝혔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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