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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칼럼] 클린턴과 트럼프의 경제정책

입력
2016.10.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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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의 경제정책에 공통점 많아

누가 대통령 되든 무역위축 불가피

한국도 내수확대 정책 본격화해야

미국의 차기 대권에 도전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둘 다 논란이 많은 후보여서 그들의 경제정책 공약의 실현 여부는 결국 향후 의회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의회의 지원 없이는 공약 대부분이 사장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향후 미국 상ㆍ하원 선거는 이번 대선 못지 않게 미국 경제에 중요하다.

클린턴은 일종의 케인즈주의자다. 그는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자증세를 통해 아동복지, 대학 무상교육 등의 재원을 마련하려고 한다. 반면, 트럼프는 공급주의자다. 부자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세금을 줄이려고 한다. 아울러 공급확대정책을 통해 ‘낙수효과’를 불러 일으킴으로써 경제 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내려고 한다.

두 후보의 경제정책엔 공통점도 있다. 모두 고속도로나 교량, 항구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려고 한다. 또 미국 기업들의 글로벌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법인세를 낮추는 조세개혁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것도 비슷하다. 나아가 두 후보 모두 미국 기업들로 하여금 해외에 묻어둔 수조 달러의 자산을 미국으로 되가져 오도록 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두 후보 경제정책의 최대 장애는 부풀고 있는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다. 만약 트럼프 공약이 가동되면, 별도의 공급효과가 없다고 칠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미국 국가부채 비율은 현재 78%에서 2026년 105%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클린턴의 경제정책이 재정에 가할 부담은 트럼프보다는 덜해서 2026년 국가부채 비율은 86%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 클린턴의 부자증세 정책은 경제성장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역정책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된다. 무역정책 공약은 매우 험악하다. 트럼프는 관세든 비관세든 모두 강화하려는, 일종의 고립주의자다. 그는 멕시코 상품 수입관세를 35%까지, 그리고 중국과 한국산 관세는 45%까지 올릴 계획이다. 트럼프 식의 관세정책 하에서는 무역상대국의 보복조치 등에 따라 미국의 경제성장 역시 크게 위축될 것이다. 상대국의 보복조치가 없다면 미국 성장률 위축은 덜하겠지만, 그래도 미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결코 줄지 않는다.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관세가 좋은 예다. 중국산 타이어는 덤핑 판정을 받았다. 오바마 정부는 중국산 타이어에 대해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고, 미국은 1,200개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때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일자리 한 개당 미국 납세자들은 90만 달러를 부담해야 했다. 마찬가지로 수입관세를 올리겠다는 트럼프의 정책에 따른 수입가격 상승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수조 달러의 추가 부담을 안길 것이다. 특히 트럼프의 무역정책은 부자보다는 값싼 중국산 수입품 의존도가 높은 미국 서민에게 더 큰 타격을 가할 게 분명하다.

클린턴의 무역정책은 트럼프보다는 덜하지만 자유무역 기조를 해치기는 마찬가지다. 선거운동에서 클린턴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 같은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적어도 클린턴은 민주당 내 자유무역주의자들을 달래면서 일정한 제한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

물론 트럼프든 클린턴이든 아직은 노골적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진 않고 있다. 그런데도 당분간 글로벌 자유무역은 위축기를 거칠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 공황, 유럽과 일본의 불경기, 중국 경기 둔화 등이 최근 글로벌교역을 위축시키는 주범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공약이나 ‘브렉시트(Brexit)’ 같은 포퓰리즘적인 주장들이 개방적 무역을 위축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큰 나라는 향후 자유무역의 위축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교역 위축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만큼 내수를 진작시키는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좀 더 적극적인 재정ㆍ통화정책이 요구된다. 아울러 대중국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보다 더 적극적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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