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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인 칼럼] 20대 국회가 해야 할 일

입력
2016.06.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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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경쟁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야

총체적 위기 앞의 국민을 생각하라

징벌적 배상제 도입 등 근본개혁을

지난달 30일 20대 국회가 개원했으나 원 구성을 아직 못하고 있다. 여소야대,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 3당 체제 등의 이유로 20대 국회가 순항하기 어렵고 별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을 주위에서 자주 듣는다. 19대 국회에서 정부가 추진했던 서비스발전 기본법이나 노동 4법 개정안이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 통과되기 어렵고, 또 야당이 공약했던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도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여야가 공히 민생 우선을 외치고 있고, 또 내년도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하기 위해서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므로, 20대 국회가 정쟁으로 실망을 주고 공멸하는 길을 가기보다는 정책 경쟁을 통해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새로운 국회상을 세울 수도 있다.

아니, 꼭 그래야만 한다. 현재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총체적 위기를 생각할 때, 꼭 그래야만 한다. 끝없이 반복되는 안전사고, 악화일로의 미세먼지 문제, 나아질 것 같지 않은 경제상황, 딴 세상 이야기 같은 소위 사회지도층의 일탈과 부패 등등은 많은 국민들을 좌절과 분노를 넘어 자포자기와 절망으로 내몰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경제적·사회적 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우리사회의 약자들이다.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사고의 희생자도 일용직 노동자가 대부분이었고, 구의역 스크린도어 보수 작업 중 숨진 젊은이도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였고, 조선 산업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생활기반을 잃고 있는 사람들도 비정규직 노동자와 지역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숨진 사람들도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회적 약자의 피해와 대비되게도, 부장판사와 검사장 출신 변호사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전관예우라는 이름의 부패와 사법정의 유린 사건, 운전기사에 대한 폭행과 폭언 등 재벌 3세들의 반복되는 안하무인 일탈 등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회적 갈등의 격화와 경제적 파국을 모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절박감마저 든다.

재작년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아직 국민의 가슴에 응어리로 남아 있지만, 왜 여전히 안전사고와 생명의 가치를 등한시하는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관련 인사에 대한 문책과 조직 개편, 개별적 피해 보상 등 그 동안의 반복된 대책은 안전사고와 인명 경시 예방에 실효성이 없음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제 생명 손실 사건에 대해서 징벌적 배상 제도를 도입하고, 이 징벌적 배상은 원청사업자나 국가기관에게 부과하도록 하는 법의 제정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법 제정이 이뤄지면, 안전사고 방지와 손해배상에 대한 책임을 하청기업에게 떠넘길 유인이 감소하고, 더 많은 자원과 노력을 안전사고 방지에 쏟도록 만들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해 지하철 요금이나 관련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다. 이런 사회적 부담을 우리 모두가 질 수 있다고 국민들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바뀔 수 있다.

징벌적 배상의 도입은 사회적·경제적 약자의 재산권의 실질적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사실 사회적·경제적 약자의 재산권을 제대로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혁신형 경제와 시장경제의 기본이다. 중소기업들에 대한 원청대기업의 기술탈취 역시 경제적 약자의 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되기 않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근본적 법제도의 변화 없이는 중소기업ㆍ대기업 상생은 구두선에 그치기 십상이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정책과 입법이 당위론적 구두선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런 정책과 입법은 당장에 실행 가능해 보일 수 있으나, 결국 실효적이지 못하고, 국민의 불신과 무기력만 가중시킨다. 우리사회가 살만한 사회라는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정부주도ㆍ재벌중심 경제발전 과정에서 강고하게 형성된 기득권을 넘어서는 근본적 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이런 필요를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20대 국회의 성패와 나라 장래가 달렸다.

/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시장과 정부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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