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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칼럼] 이제는 인도다

입력
2016.04.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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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변화로 나라 전체가 바뀌어

빛나는 모디 총리의 경쟁력 강화 정책

경제ㆍ외교 양면의 협력강화 시급해

세계 문명의 발상지, 13억의 인구대국, 핵 기술 보유국, 한국의 FTA 파트너, 지난 10년 간 7% 이상의 연평균 경제성장률... 언뜻 중국인 듯하지만 바로 인도다.

#1. 길이 막혀 차가 멈춰서는 곳곳마다 튀어나와 손을 벌리는 어린 아이들. 천막을 주거로 사용하는 수많은 빈민들. 길가에 선 채 바지를 내리고 소변을 보는 멀쩡한 아저씨. 필자와 얘기를 나누면서 좌절감을 토로하던 청년들. 수도인 델리에서 세계적 명승지인 타지마할로 가는 길은 ‘과연 이 나라가 과거 문명의 발상지였던가?’ ‘경제발전 가능성이 있는 나라일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열악한 풍경으로 가득했다. 2000년 필자가 방문한 인도의 암울한 모습이었다.

#2. 지나는 곳마다 새로 들어선 도로, 교량, 건물들. 자신들의 일에 열중하며 희망을 노래하는 자신감에 찬 젊은이들. 때마침 시작된 꽃 축제를 즐기기 위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 이는 2015년 11월 필자가 지난 20여년 간 지속된 한ㆍ인도 학자 간 회의에 처음으로 참가하기 위해 방문한 델리의 최근 모습이다.

물론 이 두 장면을 수평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 시간과 공간이 크게 다르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은 인도가 변화하기 시작했으며, 그 변화가 매우 커서 인도 전체를 변모시킬 가능성이 짙다는 점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뛰어난 리더십이다. 모디 총리는 자신의 출신지인 구자라트 주에서 2001년부터 네번이나 지사를 지냈고, 네 번째 임기 중인 2014년 총리에 취임했다. 그가 주지사로 재임한 13년 동안 구자라트 주의 경제성장률은 인도 전체의 경제성장률(7.8%)의 두 배 가까운 13.4%를 기록했다. 이는 모디 총리의 과감한 ‘기업 친화적’ 정책 덕분이었다. 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 기업과 태양광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 기업이 직접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투자여건을 크게 개선한 데 따른 결과였다. 이런 정책은 최근 인도 전역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전략인 ‘제조는 인도에서(Make in India)’ 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 모디 총리의 기업 친화적, 개방적 경제정책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모디노믹스는 이처럼 제조업에서 인도의 경제성장 동인을 찾으려는 절박한 몸부림이기도 했다.

이런 노력은 지난 2년 간 크게 주효했다. 그것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급효과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다국적 기업들이 2009~2014년 6년 동안 연평균 260억 달러 이상의 직접투자를 인도에 집중한 사실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2015년 인도는 중국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이런 경제성장의 동력은 이제 국민들의 자신감을 통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경제개발 초기에 잇따른 자그마한 성과들을 모아 국민을 설득하고 동참을 이끌어 냈듯이, 이제 인도에서도 한때 좌절감에 휩싸였던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국가발전을 위한 거대한 운동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의 지속적 경제발전은 머지 않은 장래에 세계경제 및 외교안보 지형을 크게 흔들게 될 것이다. 제조업 강화를 통해 경제발전을 도모하려는 인도 정부의 정책방향은 한국이 자동차 전자 등의 분야에서 확보한 산업경쟁력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상호 보완성이 커질 것임을 의미한다. 인도는 또 신재생 에너지, 태양광 산업 등의 분야에서도 우리와의 협력 강화에 필요한 조건을 훌륭하게 갖추고 있다. 경제발전의 필수조건이자 모디노믹스의 또 다른 축인 인프라개발도 한국의 건설 및 엔지니어링 산업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해 줄 만하다. 정치외교적으로도 비교적 중립적인 인도의 정책을 활용할 여지는 많다.

따라서 인도와의 협력 강화는 이제 우리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적 으로도 필수적 정책 아젠다가 됐다. 인도와의 협력강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이 시급하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 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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