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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와 달랑 90분 손 맞춰, 피가 말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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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와 달랑 90분 손 맞춰, 피가 말랐죠"

입력
2015.09.1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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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그라페네크 페스티벌

8분짜리 관현악 자작곡 발표

줄리아드 3학년 재학 최연소 참가

"실감 안 나… 초단위 연습한 기억만"

갓 20살을 넘긴 한국 작곡가가 유럽 유명 페스티벌 무대에서 지휘자로 데뷔했다. 주인공은 줄리아드음악원 작곡과에 재학 중인 최재혁(21)군으로 지난 달 26일 오스트리아 그라페네크 페스티벌에서 자신이 작곡한 ‘Self Portrait Ⅵ(자화상 6)’를 직접 지휘했다. 연주는 오스트리아 통쿤스툴러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최군은 최근 전화통화에서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오케스트라와 한 시간 반 연습한 후에 곧바로 무대에 올라가야 해서 일 분 일 초를 미리 계산해서 연습했던 것만 기억납니다. 물론 프로 오케스트라니까 학교 친구들이랑 연습할 때와는 연주 수준이 달랐지만요.”

6살부터 바이올린을 배운 최군은 중학교에 진학한 후 학생 아마추어 연주자들로 구성된 아르떼유스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했고, 취미로 음표를 오선지에 그리곤 했다. 최군의 재능을 특별하게 본 박정선 전 단국대 음대학장의 적극적인 권유로 중 3때 미국으로 유학, 보스턴 월넛힐예술학교와 뉴잉글랜드 콘서버토리 예비학교를 거쳐 현재 줄리아드음악원 작곡과 3학년이다.

예술학교 재학시절부터 작곡과 지휘를 함께 공부한 그는 “악기나 연주자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부터 악보 읽고 쓰는 법까지 작곡과 지휘를 함께 공부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고 말했다. 현재 독일 작곡가 마티아스 핀처(줄리아드음악원 교수)를 사사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서울시향의 젊은 작곡가 발굴 프로그램인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한 후 1년에 서너번씩 작곡가 진은숙에게도 가르침을 받는다.

비엔나 근교 그라페네크성에서 해마다 열리는 그라페네크 페스티벌은 세계 정상급 클래식 음악가들의 연주를 선보이는 주요 페스티벌 중 하나다. 올해는 8월 14일부터 9월 6일까지 베를린필하모닉(사이먼 래틀 지휘), 이스라엘 필하모닉(주빈메타 지휘), 보스턴심포니 등 교향악단과 바이올리니스트 안네소피 무터, 피아니스트 루돌프 버크빈더, 첼리스트 고티에 카푸숑 등이 참여했다. 지난해 서울시향도 정명훈 예술감독의 지휘로 연주했었다.

최군은 이번 페스티벌 중 젊은 작곡가 5인을 소개하는 ‘인크 스틸 웻 워크숍’을 통해 이스라엘 출신 야이르 카라타그(30), 미국 출신 엔드루 리(30)등 4명의 신진 작곡가와 함께 데뷔했다. 참가자 중 최연소다. 아마추어와 프로 무대의 차이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다른 작곡가들과 오케스트라 연습 시간을 나눠 쓰다 보니 막상 제 곡을 연습할 시간은 1시간 반밖에 없었다”고 대답했다. “프로 연주자들이니 연주는 완벽했지만, 제 작곡 의도대로 완벽하게 맞춰서 올라간다는 장담이 없으니 피가 말랐죠.”

최군이 지휘한 ‘자화상 6’은 자기 자신을 모티프로 2012년부터 3년간 작곡한 ‘자화상’ 시리즈의 마지막 곡이다. 기능화성을 따르지 않는 8분 가량의 관현악곡은 프란시스 베이컨의 자화상처럼 우울하게 일그러져 있다. 최군은 “구름 너머의 초현실적인 공간, 중력 없는 ‘천국의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무조음악으로 작곡했다”고 대답했다. 베이스 플루트와 바이올린, 피아노, 타악기로 구성된 앙상블 ‘자화상 4’ 역시 유럽의 대표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인 독일 트리어페스티벌에서 올해 5월 연주되면서 작곡가로 먼저 데뷔했다.

“최근 작곡한 ‘자화상 6’은 마티아스 핀처께 악보를 보여드리지도 않고 지휘 무대에 올랐는데, 공연 후 ‘원더풀’이라고 해주셨을 때 가장 기뻤습니다. 핀처는 칭찬을, 진은숙 선생님은 조언을 통해 가르침을 주시는데 방법은 전혀 다르지만 두 분께 음악가로서의 태도를 많이 배워요. 저도 두 분처럼 제 생각을 제대로 담을 수 있는 좋은 작곡가가 되고 싶습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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