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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칼럼] 변죽치기 대신 구조개혁을!

입력
2014.11.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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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자원독점 안돼

내적 행복 고민할 때

후세를 위한 구조개혁을

정치에 과연 희망은 없는가. 점입가경이다. 정치능력과 공복역할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대로라면 곤란하다. 개별ㆍ조직이익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아둔하지 않다. 호구지책이 황망해 못 본 척하지만 알 건 다 안다. 무시하면 날카로운 부메랑뿐이다.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일은 너무도 많다. 게다가 뒤엉켜 갈수록 복잡 다난해진다. 이해관계마저 양극단이라 왕왕 대결이슈로 번진다. 합의 없이 방황하며 방치된다. 그 끝이 양극화다. 더 챙기려는 악다구니만 알지 그게 공멸의 자충수인지 잘 모른다. 못 받고 덜 받는 국민다수는 투명인간이란 말인가.

이중구조가 심각하다. 소수의 자원독점이 다수의 절대박탈로 치환된다. 위험수위는 일찌감치 넘어섰다. 정치권력도 꽤 잘 아는 얘기다. 그런데도 말로만 동의할 뿐 몸은 거부한다. 변죽을 울리며 권력만 챙기니 정의와 평등은 늘 예산과 파벌에 밀린다. 정말 필요한 건 순간적인 각성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수술대인데 그때그때의 통증완화로 할 일은 다했다고 항변한다. 몰라서 그랬다면 물러서는 게 맞고, 알고도 그랬다면 지탄받는 게 옳다. 헛발질 정책은 꽤 값비싼 외상영수증이다.

보육예산 재원논란이 뜨겁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대란 등 자극적인 단어마저 있다. 이해관계가 걸렸으니 편마저 자연스럽다. 인기영합적인 정책의 태생한계다. 이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출산장려를 위장한 각성제다. 돈 몇 푼 준다고 결혼하고 출산하지 않는다. 공돈이니 받을 뿐이다. 원하는 건 그게 아니다. 아이를 낳고 기를 장기적ㆍ안정적인 소득확보, 즉 미래불안을 낮춰줄 일자리다. 성장기반과 고용환경을 아우르는 근본적인 제도개혁으로 불확실성을 낮춰주길 원한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정책은 또 있다. 전세난 해법이 그렇다. 근시안ㆍ고비용의 전형적 사례다. 궤도이탈이 꽤 심각하다. 돈 빌려 집살 수는 있다. 집값을 떠받칠 수도 있다. 다만 중요한 건 빚이 아니다. 그 빚을 갚을 수 있는 환경조성이다. 더 벌 수 있는 확실한 안전장치 없이 빚 낼 이는 거의 없다. 그러니 안 사고 버틴다. 임대인이 그 빚을 임차인에게 전가시킨 게 전세난의 기본구조다. 둘 사이의 기싸움을 해결하자고 빚을 권하는 건 판단미스다. 대증요법보다 근원적인 구조개혁이 먼저다.

구조개혁은 어렵다. 20년 불황의 일본에서 확인되듯 판 바꾸기란 쉽잖다. 숱하게 애드벌룬을 띄웠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바꾸기보다 이대로가 더 좋은 기득세력의 압박도 거세다. 바꾸면 더 갖기 힘들다. 그래도 걸어야 할 길은 이 방향이다. 미뤄봐야 상처만 곪을 뿐이다. 더 엉키면 불행사회의 실타래는 더 풀기 어렵다. 최소불행과 최대행복이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생활대국의 필요성과 정합성에 동의한다면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다. 소극적인 변죽정책 대신 적극적인 몸통개혁이 필요하다.

하늘아래 새로운 건 없다. 정책은 다 있다. 그래도 안 되는 건 사람이, 철학이 불협화음을 내는 까닭이다. 구조개혁의 성공조건은 순전히 정성적이다. 예산처럼 정량적인 한계는 거의 없다. 돈은 충분하다. 전달체계의 배달사고가 문제다. 정성적인 조건 중에는 정직이 먼저다. 정확한 사실정보를 내놓고 솔직해져야 국민동의와 사회타협이 가능하다. 독선과 독단은 위험하다. 한정자원의 재배분에는 논의와 납득이 필수다. 다수에 반하면 될 일도 망쳐버리는 법이다. 곧 의지가 관건이다. 진정성을 갖고 긴 호흡을 유지하자면 강력한 실현의지가 특히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증세제안은 바람직하다. 감추고 피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구조개혁을 시작할 중요한 기회의 제공일 수 있다. 그간 한국사회는 사회성숙과 신뢰구축 없이 너무 빠른 외길만 달려왔다. 뒤돌아보니 많은 이들이 낙오됐다. 멈춰서 재고하는 게 옳다. 양적 성장을 좀 미루더라도 내적 행복을 고민할 때다. 그게 더 멀리, 오래 가는 현명한 선택이다. 힘들고 티 안 나며 심지어 비난까지 듣겠지만 미래한국을 위해선 구조개혁뿐이다. 다 벗겨먹고 빈 껍질만 물려주기엔 후속세대가 불쌍하다. 그들은 남이 아닌 우리의 자녀들이다. 구조개혁은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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