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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드라마 '신돈' 주연 손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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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드라마 '신돈' 주연 손창민

입력
2005.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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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변신을 종잡기 어렵다. 넉달 전 SBS 드라마 ‘불량주부’에서 직장에서 해고당해 앞치마 두르고 살림에 나선 가장 역을 코믹하게 소화한 손창민이 이번엔 고려 말 개혁의 선봉에 섰던 문제적 인간, 신돈으로 돌아온다.

‘제5공화국’의 후속으로 24일부터 방송되는 MBC의 야심작 ‘신돈’(극본 정하연 연출 김진민)을 통해 1988년 ‘춘향전’ 이후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하는 그를 경기 용인 세트에서 만났다. “그간 ‘허준’ ‘상도’ 등 사극 출연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아무래도 내키지 않아서 죄다 거절했어요.” 자신의 도회적 이미지가 사극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하긴 MBC 인기드라마 ‘국희’(1999)를 마친 뒤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다”고 판단해 6년을 쉬기도 했을 만큼 자의식이 강한 그다.

이번에도 “오래 전부터 출연 제의가 들어왔지만 시놉시스를 아예 펼쳐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작가와 PD의 설득은 집요했다. “‘신돈 역을 누가 전에 한 적이 있느냐. 신돈을 신돈 같아 보이는 사람이 하면 무슨 재미냐. 밝고 건강한 이미지의 당신이 하면 그 효과가 배가 될 수 있다’는 두 분의 말씀에 솔깃했습니다.”

일단 결심을 한 뒤부터는 줄곧 신돈에 빠져 산다. “여러 자료들을 찾아 보고 있는데 워낙 남아 있는 사료가 없어요. 게다가 신돈 역 맡았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다들 ‘아, 타락한 승려지?’ ‘요승(妖僧) 아냐?’고 말할 정도로 부정적 이미지도 강해요.” 하지만 그는 신돈에게서 읽은 것은 정치개혁가로서의 풍모다.

“지금으로 치면 노무현 대통령 플러스,… 노회찬 민노당 의원 정도랄까? 한나라당 쪽 인사는 아닌 거 같고…. 신돈은 기득권자들의 저항 속에서도 과감하게 개혁을 밀고 나갔던, 시대가 낳은 영웅이에요.”

승려를 연기하지만 삭발은 하지 않는다. 먹빛 장삼에 화려한 가사를 걸쳤지만 머리는 치렁치렁 늘어뜨렸다. “신돈은 노비 출신이어서 원래 승려가 될 수 없는 몸이에요.

출가 사실을 숨기 위해서 머리를 길렀다나 봐요. 그래서 극중에서 ‘비구는 비구되 머리긴 비구’란 자조 섞인 대사도 나옵니다.” 어쨌든 그에게는 대하사극 주인공을 처음 맡는 만만치 않은 부담감과 함께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인물상을 창조해야 하는 난해한 과제까지 얹혀진 셈이다.

“시청자들께서 이제 마흔이 넘은 제 얼굴을 보시겠어요, 아님 몸매를 보시겠어요? 연기력과 모든 행동에 책임을 지는 중견 연기자로 뿌리를 내릴 때가 된 거죠. 그런 의미에서 ‘신돈’은 제게 뛰어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지요.”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 110억 공들인 드라마 신돈세트 "진짜 같네"

‘꼭 진짜 같네.’

13일 첫 공개된 경기 용인시 백암리 ‘신돈’ 세트. 용인시와 공동으로 MBC가 자사 문화동산부지에 110억원을 들여 1년 만에 고려 궁궐과 사찰 등을 복원한 ‘신돈’ 세트는 는 역대 드라마 세트 중 가장 실제 건축물과 비슷하게 지어졌다.

기존의 사극 세트 제작 방식에서 탈피해 기와나 건물 석조물 등 일체의 마감재를 PVC등 대체재 대신 원래 재료로 마감했고 단청도 문양이 인쇄된 벽지를 붙이는 대신 단청 기능장이 직접 작업을 했다. 여기에는 반영구적으로 세트를 보존해 테마 파크로 운영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덕분에 ‘신돈’ 세트는 부석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고려 사찰과 청자 기와를 얹은 ‘동락정’ 등 여러 가지 볼거리를 갖추게 됐다. 세트뿐만 아니라 MBC가 ‘신돈’에 기울이고 있는 공은 보통 이상이다.

13일 광고공사 관계자들과 시청자 지역 주민 등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신돈’ 제작발표회는 기존 MBC 드라마 제작발표회 중 가장 규모가 컸다.

의상과 세트 제작비 등을 제외한 회당 순 제작비가 1억2,000~3,000만원에 달하는 60부작 대작사극 ‘신돈’의 흥행여부가 하반기 MBC 성적표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최문순 MBC 사장은 제작발표회 당일 “‘신돈’이 ‘내 이름은 김삼순’에 이어 하반기 대박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는 인사말을 통해 이 같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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