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1.02 14:00

[애니북스토리] 낮은 윤리의식과 동물의 고통으로 얻는 복제 기술, 자랑스럽나요


등록 : 2018.01.02 14:00

수의사여서 더 분노했다. 개를 물건처럼 쓰고 버린 사람이 수의사였고, 그가 속한 곳이 반려동물이 아프면 사람들이 믿고 찾아가는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서울대 수의대여서 더 분노했다.

지난 10월 실험동물 전문 구조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개농장에서 서울대로 실험 동물용 개가 반입되는 것을 발견했다.

지난 10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 수의대 수의동물자원연구시설 앞 트럭 안에 있던 도사견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이후 동물단체 카라는 실험견을 공급한 개농장을 찾았는데 소위 ‘뜬장’(배설물 처리를 쉽게 하기 위해 밑에 구멍이 뚫린 채 떠 있는 철제 우리)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여 키우는 흔한 개농장의 모습 그대로였다. 또한 서울대 수의대에서 근무했다는 제보자는 개농장에서 온 개들은 학교에서도 뜬장에서 지내는 등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하다가 난자를 채취 당했거나 복제견 출산을 마친 뒤 다시 개농장으로 보내졌다고 밝혔다. (▶ 관련기사 보기 )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다. 우리나라는 이런 비윤리적 행위를 방지하고자 동물실험을 하는 학교와 기업에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는데 이 실험이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통과했다는 게 믿기 어려웠다. 윤리위원회는 내부 인사만이 아니라 동물단체가 추천한 전문가 등 실험 시설과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위원이 3분의 1 이상이어야 하고, 그들을 포함한 모든 윤리위원이 동물실험 계획 승인 신청서에 승인을 해야 실험이 가능하다.

또한 실험 계획서에 실험동물의 구입처와 실험 이후 동물의 처리 방법 등도 자세히 기재해야 하는데 어떻게 승인이 난 걸까? 나 또한 한 대학교의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윤리위원이고, 실험동물의 수를 줄이려고 매번 연구자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기 때문에 잘 안다. 연구자들에게 실험동물이 실험하고 안락사 시키면 끝나는 실험 ‘대상’이 아니라 ‘생명’임을 알려주는 게 윤리위원의 일이다. 그런데 이토록 비윤리적인 실험이 승인되었다면 현재 한국에서 운영되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요식 행위일 뿐이다.

여전히 발생하는 의료계의 비윤리적 행위

몇 년 전 의사인 지인이 연구원으로 미국에 갔는데 의사 윤리에 관한 수업을 듣다가 창피했다고 말했다. 의료계 3대 비윤리적 사건에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이 언급되었다고. 끔찍한 건 이번 사건에서 그 사건이 연상된다는 것이다. 당시 그 사건 연루자들은 불법 난자 매매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12월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공익제보 지원단체 호루라기재단은 한 공익제보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학교 개 복제연구의 실체를 고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건도 탐지견 등 특수견 복제 실험을 하면서 난자 채취가 필요해서 식용견을 반입한 것이다. 황우석 사건 당시 난자를 매매한 여성들은 시술 뒤 2, 3주 동안 고통이 심해 거동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들이야 자기가 선택한 고통이지만 동물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당하는 고통이다. 게다가 개는 인간과 달리 난자 채취를 위해 개복 수술을 해야 한다. 이런 고통쯤이야 곧 식용으로 팔려서 죽을 처지인데 뭐가 문제냐고 말할 셈 인가.

한국의 개 복제 연구가 식용견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은 외국에서 이미 제기됐었다. 현재 세계적으로 반려동물을 복제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미국 바이오 아츠시의 대표 루 호손 박사는 “한국의 개 복제는 실험 개들을 식용견 농장에서 싸게 사온 후 폐기 처분하거나 다시 농장으로 돌려보내진다”고 인터뷰했고, 개 복제에 관한 책 <Dog, Inc.>의 저자인 탐사전문기자 존 웨스텐딕은 “한국에서 개 복제 기술이 발달한 이유는 동물에 대한 윤리 의식이 낮기 때문”이라고 썼다. 낮은 윤리의식과 동물의 고통으로 얻는 기술을 세계 유일이라고 자랑스러워해야 하나.

“지금은 2018년이잖아요.”

수의학의 역사와 수의 윤리에 관한 국내서가 거의 없다. <근대 수의학의 역사>라는 책에는 16세기 근대 해부학의 아버지라는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의 해부학 강의 모습이 나온다. 일반인에게도 인기가 있었다는 당시의 해부학 강의에서는 동물의 생체해부가 흔했다. 개를 끌고 나와 말뚝에 묶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신경을 하나씩 끊을 때마다 개가 짖지 못하게 되는 과정을, 산 채로 개의 배를 가르고, 신경을 끊으면서 해부 못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동물의 고통에 대한 윤리적 고민이 없던 시절의 모습인데 21세기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의사, 기자, 법률가 등은 더 높은 윤리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의사, 기자, 법률가 등 다른 직업에 비해서 높은 윤리 의식이 요구되는 직업이 있다. 그들의 행동, 말, 글, 생각이 누군가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는 평균보다 못한 윤리 의식을 지닌 사람들이 수많이 그 자리에 있다. ‘식용견이면 어차피 죽을 텐데 죽기 전에 그 따위 고통쯤 느끼는 게 뭐 어때서’, ‘(인간을 위해서건, 돈을 위해서건) 실험한 게 뭐 그리 잘못된 일이라고 소란을 떠느냐’고 따진다면 이렇게 대답하면 답이 될 것 같다.

“2018년이잖아!”

참고: <근대 수의학의 역사>, 천명선, 한국학술정보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이형주, 책공장더불어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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