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섭 기자

등록 : 2017.12.22 15:29
수정 : 2017.12.22 18:50

[제천 화재 참사] 필로티 1층 불나면, 2분 안돼 유독가스 장막


화재소방학회 지난해 경고

등록 : 2017.12.22 15:29
수정 : 2017.12.22 18:50

탁 트인 구조 산소공급 활발

화덕에 불 피우고 부채질하는 꼴

스티로폼 덧댄 외벽 드라이비트

사용규제 적용되기 전 지어져

제천 화재 빠르게 번진 원인

22일 소방당국이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을 찾아 화재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제천=연합뉴스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시 하소동 노블 휘트니스 스파 화재 참사에서 불길이 급속히 번진 이유로 건물의 ‘필로티’ 구조와 단열재인 ‘드라이비트’가 지목되고 있다. 지난달 경북 포항 지진에서도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던 필로티 구조는 2층 이상 건물을 지을 때 1층에는 기둥만 세워 건물을 떠받치도록 한 건축공법이다.

1층을 주차장으로 쓰면 지하주차장 공사비를 아낄 수 있고, 건물 전체 층고에서도 필로티 구조가 적용된 1층의 높이는 포함되지 않아 다른 구조 건축물보다 더 높게 건물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필로티 건물은 불길ㆍ유독가스가 빠르게 번질 수밖에 없다. 건축구조 상 1층의 사방이 뚫려 있어 불이 번지는 데 필요한 산소 공급이 막힌 건물보다 훨씬 활발하다. 반면 2층부터는 사방이 막혀 좁은 계단통로 등으로 화염ㆍ유독가스가 집중된다. 이번 화재는 1층 주차장에서 발생했는데, 흡사 화덕에 불을 피우고 밑에서 부채질을 하는 효과에 비유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화재소방학회 보고서(필로티 구조 건물의 화재 위험성 연구)에 따르면 1층에서 화재 발생 시 불과 100초 만에 필로티 부분 전체로 화염ㆍ유독가스가 확산되고, 고열에 견디지 못한 출입문(강화자동유리문)이 깨지면 이후 단 3초 만에 2층 계단까지 유독가스가 도달해 사실상 유일한 피난 통로가 막혔다. 이는 6개 기둥이 떠받치는 10층짜리 필로티 구조 건물을 대상으로 화재ㆍ피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다.

반면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이 화재를 인식하고 건물 밖으로 대피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484초였다. 인명피해가 크게 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유치열 대한건축사협회 차장은 다만 “주차공간 부족 등으로 필로티 구조가 각광받게 된 만큼 무조건 필로티 건축을 막는 식의 대책보다는 공공주차공간 확대 등을 함께 고려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에 취약한 외벽 마감재(드라이비트)를 쓴 것도 피해를 키웠다. 드라이비트는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덧댄 단열 외장재다. 대리석 등 불에 타지 않는 외장재보다 공사비가 절반 이상 저렴하고, 공사기간도 짧아 다중이용시설의 외벽 마감재로 많이 쓰인다.

그러나 불에 잘 타는 스티로폼을 사용한 만큼 화재엔 취약할 수밖에 없다. 1층 주차장에서 난 불이 다량의 유독가스를 내뿜으며 9층까지 빠르게 번진 것도 이 때문이다. 4명이 숨지고, 126명이 다쳤던 2015년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 때도 불길이 급속하게 퍼진 원인으로 드라이비트가 지목됐었다.

정부는 의정부 화재 사고 이후 법을 개정해 불연성 마감재 사용 건물 층수를 기존 30층 이상에서 6층 이상으로 강화하고, 대피통로를 반드시 만들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스포츠센터는 법 개정 이전인 2011년에 지어진 건물로 강화된 규제를 적용 받지 않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 2,315동 중 135개동(5.8%)에 가연성 외장재가 사용(올해 7월 기준)됐다. 제천 스포츠센터처럼 가연성 외장재가 쓰인 30층 미만 건축물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