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 기자

등록 : 2018.05.15 18:44
수정 : 2018.05.15 22:37

[고은경의 반려배려] 동물의 행복도 고려하고 있나요


등록 : 2018.05.15 18:44
수정 : 2018.05.15 22:37

전세계적으로 동물의 신체적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행복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확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달 초 세계적인 동물 법 전문가들이 홍콩에 모였다. 각 나라의 동물 법 현황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동물복지를 위해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인 국제 동물 법 컨퍼런스가 열렸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동물복지 분야에서 앞서 가는 것으로 평가되는 서구권 국가 뿐만 아니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참여율도 높았다. 이 자리에 참가했던 이들로부터 올해 강연자들이 공통적으로 전한 이슈를 들을 수 있었다. 바로 동물복지란 신체적인 것뿐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행복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주제가 굉장히 앞서나간 것처럼 느껴지지만 논의가 이뤄진 건 꽤 오래 전부터였다. 1960년대 영국 로저스 브람벨 교수는 농장동물 복지를 위해 5대 자유 개념을 발전시켰다. 배고픔과 갈증으로부터의 자유, 불쾌감으로부터의 자유, 고통과 부상,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통상의 행위(같은 종의 동물이 어울려 사는 것)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 공포와 고통으로부터의 자유였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동물보호법 제3조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물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면서 영양이 결핍되지 않고, 불편함을 겪지 아니하며 고통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고,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으로 명기돼 있다.

동물복지 개념이 나온 지 50여 년이 지난 지금. 동물 법에 명시된 대로만 지켜졌어도 좋았겠지만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동물들이 처한 현실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낮은 가격으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닭과 돼지 등은 밀집사육 방식으로 길러지고, 전 세계적으로 연간 1억5,000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실험실에서 고통을 받으며 희생되고 있다. 아직도 동물원에는 좁은 공간에 갇혀 의미 없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행동을 하는 전시동물들이 대다수다. 우리 곁의 반려동물은 사정이 나을까. 매일 버려지고, 학대 받고, 심지어 잡아 먹히는 뉴스가 넘치는 것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남의 반려견 ‘오선이’를 훔쳐 개소주로 만든 남성에게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솜방망이 처벌 비판이 일고 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법에서는 여전히 동물을 생명이 아닌 물건이나 재산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동물 법이 동물들에게 사회적 행복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아직 처벌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물건으로 취급되다 보니 처벌도 미약한 수준이다. 이들은 법이 사후 처벌 보다 문제 예방을 위한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각국별 상황은 다르지만 동물복지에 대한 고민은 다르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3월 대통령 개헌안에 ‘국가는 동물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동물권 향상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비록 6월 개헌이 무산돼 아쉬움을 삼켜야 했지만 동물복지에 앞서 있는 서구권 국가 중에서도 헌법에 동물 보호를 명시한 곳은 독일과 스위스임을 감안하면 내용이 포함된 것 자체가 큰 진전임에는 분명하다.

동물을 위한 법이 더 촘촘하게 강화하고 개선되는 만큼 동물들의 삶도 나아질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현행 동물보호법도 제대로만 적용하면 개농장이나 동물학대 행위를 엄히 처벌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법 개정과 함께 동물을 대하는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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