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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한 취조 현장 방불, 납작 엎드린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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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한 취조 현장 방불, 납작 엎드린 국방부

입력
2017.05.3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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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 누락” 청와대 발표에도 국정기획자문위 별도 업무보고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식 라인 무시한 공직 사회 기강잡기 차원

국방부 관료들 ‘죄인 모드’…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도 묵묵부답

위승호 국방부 정책실장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로 업무보고를 위해 들어가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위승호 국방부 정책실장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로 업무보고를 위해 들어가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국정기획자문위가 31일 국방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추가 업무보고 자리는 살벌한 취조 현장을 방불케 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고 누락 파문 와중에 국정기획위는 공직사회에 ‘기강 잡기’의 본때를 보여주기 위한 차원에서 국방부 관계자들을 재차 불러 고강도 진상조사를 벌였다.

국정기획위는 이날 국방부 관료들을 대상으로 ‘누구의 지시로, 어떤 이유에서,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에 대한 보고를 제외시켰는지’를 놓고 강도 높게 추궁했다. 외교안보분과위 소속 관계자는 “국방부가 상세하게 해명에 나섰지만, 의도성 부분에서 명쾌하게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면서도 “청와대가 강력하게 조사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국정기획위가 앞장서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외교안보분과위 내부적으로는 추가 조사 필요성도 제기됐으나,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일단 추가 보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정기획위는 앞서 25일 국방부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사드 발사대 4기와 관련된 명시적인 보고가 전무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였다. 국정기획위는 국방부가 애초에 사드 추가 배치 사실을 보고할 의사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전날 “당시 업무보고에서 사드와 관련해서 군사적 효용성, 한중관계, 국론 분열 등 다양한 질문이 있었지만, 정확하게 4기가 들어왔느냐에 대한 질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날 추가 업무보고는 상당히 험악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혼나러 오는 국방부 관료들이나, 청와대의 호통에 뒤늦게 보고 누락을 따져 물어야 하는 외교안보분과 소속 자문위원들도 경직되거나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장했다.

오후 2시로 예정된 업무보고보다 15분 일찍 서울 통의동 한국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모습을 드러낸 위승호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그야말로 ‘죄인 모드’였다. 위 실장은 지난 2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국방 주요 현안을 보고할 정도로, 국방부에서 사드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인물이다. 위 실장을 에워싼 기자들이 “의도적으로 보고를 누락했느냐”, “어제 청와대 조사에서 뭐라 소명했느냐”는 질문을 쏟아냈지만, 위 실장은 입을 꾹 다문 채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보통 국정기획위 업무보고는 모두발언까지는 공개가 됐지만, 이날 국방부 업무보고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돼, 취재진의 출입이 원천 차단됐다. 이수훈 국정기획위 외교안보 분과위원장 등 관계자들도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닫은 채 회의실로 들어갔다.

2시간여의 업무보고를 마치고 나온 위 실장의 얼굴은 한층 상기 돼 있었다. 쏜살같이 취재진을 피해 빠져나간 그는 차량이 도착하지 않아 건물 밖에서 대기하는 6분여 동안 질문 세례를 받았지만 끝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외교안보분과 소속 또 다른 관계자는 분위기가 험악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예상하는 정도 아니겠느냐”며 부인하지 않았다. 국정기획위는 업무보고 직후 A4 용지 반절 분량의 서면브리핑을 냈지만, 청와대 발표보다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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