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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찾아 미안해”… 1314일의 아픔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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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찾아 미안해”… 1314일의 아픔 잊지 않겠습니다

입력
2017.11.20 16:2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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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단원고 미수습자

故 양승진·남현철·박영인 장례

선체 육지 인양 223일 만에

단원고 흙과 함께 하늘 나라로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남현철 군, 박영인 군의 발인이 엄수된 20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양승진 교사의 유가족이 영정을 들고 고인이 근무했던 교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안산=연합뉴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남현철 군, 박영인 군의 발인이 엄수된 20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양승진 교사의 유가족이 영정을 들고 고인이 근무했던 교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안산=연합뉴스

“엄마 가슴에 피가 내린다. 승진아, 천국에서는 아프지 말고 잘 있어.”

노모는 살아 있으면 올해 예순이 됐을 아들을 마지막까지 놓지 못해 목 놓아 울었다. 노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내 새끼’의 영정을 품속에 부둥켜 안고 또 안았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됐다 끝내 유해를 찾지 못한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고 양승진(참사 당시 57) 교사와 남현철(17)·박영인(17)군의 발인식이 20일 오전 6시 안산 제일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사고가 일어난 지 1,314일, 세월호 선체가 육지로 인양된 지 223일 만이다.

유해가 담기지 못한 관은 선체 수색과정에서 발견된 가방과 옷 등 유품으로 대신 채워졌다. 양승진 교사는 수색 과정에서 유품조차 발견되지 않아 생전 학교에서 쓰던 물품과 옷가지, 고인에게 보내는 가족들의 편지 등이 관에 담겼다.

이날 오전 6시쯤부터 양승진 교사, 박영인, 남현철군의 순으로 거행된 발인식에는 고인들의 제자들과 동료, 친구들이 참석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교육계 인사들과 4·16가족협의회 등도 유가족들의 곁을 지켰다.

발인식의 끝자락, 영정사진을 뒤따르던 양 교사의 아내 유백형씨는 마지막 길을 떠나려던 남편의 운구차량을 붙들고 “바다에서 못 찾아 미안하다”며 오열했다. 박군과 남군의 부모도 자식의 관을 운구차에 실으며 눈물을 쏟아 냈다.

고인들의 운구 행렬은 생전 자취가 남은 단원고로 이동했다. 단원고 1층 현관에서 동료와 제자들을 맞은 정광윤 단원고 교장은 유족들에게 보자기 꾸러미를 1개씩 건넸다. 주먹만한 크기의 꾸러미에는 단원고에 있던 흙이 담겨 있었다. 흙을 받아 든 유씨는 울면서 “너무해요 너무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텐데. 여보 찾아 주지도 못하고 정말 미안해요”라고 고개를 숙였다. 양 교사의 아내는 영정이 교무실과 두 학생이 공부하던 2학년 6반 교실을 도는 동안에도 “단원고로 전근 가고 당신이 얼마나 좋아했는데, 아이들이 다 착하다고 그렇게 흐뭇해하던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가”라며 비통함의 눈물을 쏟아 냈다. 양 교사 어머니도 “사랑하는 내 아들아 천국에서는 아프지 말고 잘 있어”라며 영정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미수습자들의 운구 행렬은 안산시청을 거쳐 수원 연화장으로 이동했다. 안산시청 현관 앞에서 치러진 노제에는 시 공무원 100여명이 고인들을 배웅했다. 이들의 유품은 관을 대신해 화장된 뒤 단원고 흙과 함께 다른 세월호 희생자들이 있는 평택 서호공원에 안장됐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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